내 마음은 채도가 낮은 핫핑크다
나는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이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하루에도 몇 번, 몇십 번 나에게 묻는다
너는 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하는데
왜 그렇게 외로워하니?
사실 나는 내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속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힘은
원래 혼자서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울어도 돌아오는 사람,
없어지지 않는 존재,
버려지지 않는 경험
이것들이 반복되면서
‘아, 나는 남아도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이 생기는데,
나는 이런 기초 경험이 너무 이르게 끊겨버렸다
관계에 들어가면 늘 불안해지고
상대가 멀어질까 봐 예민해진다
마음이 확인되지 않으면 견디기가 버겁고,
그래서 더 매달리게 되는 것 같다
어떠한 관계에서든
이건 사랑이 과해서가 아니라
아직 내 마음속에 상처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난 지 몇 개월 만에
나를 우리 집 주차장에 두고 떠났다
포대기에 싸인 나를
조부모님께 연락한 뒤 놓고 갔다고 들었다
나에게 이건
너무 크고, 너무 이른 상처였다.
나는 말 그대로
존재 자체가 버려진 경험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불안과,
아무리 가까워져도 바닥에 안전망이 없는 느낌을 안고 산다
사랑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을 계속 의심하게 된다
나의 외로움은
애착과 결핍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늘 나에게 말한다.
“너를 더 사랑해봐”
하지만 이 말은
나에게 너무 잔인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나처럼 사랑이 끊긴 지점에서 시작한 사람에게
이 말은
말 그대로 혼자서 다 해내라는 요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나는 사랑을 연습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늘 몸과 마음이
긴장한 상태로 사랑을 한다
내 감정의 색은
항상 핑크색 같다
내가 생각하는 핑크는
쉽게 더러워지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색이다
그래서 나는
기쁘면 남들보다 더 기쁘고,
따뜻함은 깊이 스며들고,
상처도 더 선명하게 남는다
그래서 더 자주 아프다
하지만
내 사랑의 온도는 여전히 높고,
마음의 깊이도 여전히 진하다
다만
너무 많이 쓰여서,
너무 오래 버텨서
빛이 살짝 바랜
채도가 낮은 핫핑크색 같다
나는 이 색을
내 마음속에 두고 싶다
어디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방법인 것 같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참 불안정하면서도
많이 주고, 많이 받으며
조금씩 채워지는
따뜻한 물잔 같았다
따뜻한 물잔이 식으면
다시 끓일 수 있듯,
사랑도 식을 수 있지만
다시 끓어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불안정한 사랑 속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사랑을 연습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혹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이 글을 보며
조금이라도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지 못했던 공감을
글을 통해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 더 가져보려 한다
정신과 상담 선생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씻는 것부터 해봐요”
극심한 조울증으로
내 생활 패턴은 한동안 엉망이었기에,
나는 지금
그런 사소한 것들부터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사소함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외롭지 않게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이만큼 나아졌으니까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다
긍정적인 생각을 못 하게 되더라도
우리, 죽지 말고 살아보자
나도 버티고 버티다 보니
이만큼은 걸어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꼭 버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힘들면 그냥
다 내려놓고 푹 쉬어도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한 발짝 걸을 힘이 생기더라
나는
그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 행복하게 글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