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1년 보내기
이런저런 상황으로 나는 갭이어를 신청했다. 말하자면 1학년이 되기 전에 바로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오늘 (8월 17일) 은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날이다. 룸메 구하려다가 만난 인스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설레는 첫날이지만 나는 한국에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계획 없이 무작정 갭이어를 신청한 건 아니다. 사실 나는 일을 잘 벌려놓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새로운 문들이 계속 열리고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깨닫는다.
갭이어를 하니 내 친구들은 벌써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는 대학교를 그들보다 좀 늦게 졸업할 것이다. 뭐 어때? 인생에서 늦는다는 건 없다.
오히려 나는 좀 더 일찍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남들과는 다른 이 선택에 후회 없이 너무 만족하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기 계발에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학점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나를 좀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
사실 답은 교육이다. 나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고 배움은 긴 시간 동안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25살까지 뇌가 성장한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라도 열심히 살면 똑똑해진 뇌로 100년을 더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20대에 내가 차곡차곡 쌓아둔 습관과 마음가짐은 30대에 빛을 낼 것이고, 마찬가지로 30대의 생활 습관과 과정은 40대에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갭이어를 신청하고 나서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 과정을 기록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잠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첫 시작은 운전면허학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우연히 본 포스터였다.
'우연히'라는 말은 참 신기하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고 어떤 사람들은 유심히 봤을 것이다. 나도 지나칠 뻔했는데 누군가 지나가다 뭐지? 하고 슥 보길래 눈길이 간 거였다.
"스마트시티 환경분야 인공지능 솔루션 교육"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누구나!" 들을 수 있다길래 이건 나를 위한 거다 하면서 바로 지원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망설임 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이 교육은 내가 갭이어를 신청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갑자기 신청했고 이 교육 관계자분은 나를 받아줬다. 그때부터 나는 주변에 국비지원 교육들이 정말 다양하게 많다는 걸 알았고 이런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니..! 지나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근데 재직자 과정이라 혹시나 못 듣는 건 아닌가 싶어서 구구절절 메일을 보내 내가 이 교육을 정말로 듣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했는데
"저희 교육에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감사드립니다. 저희 교육에 무조건 참여 가능하십니다.^^"
이 메일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내가 너무 구구절절하게 쓴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헸다.
뜬끔없지만 한국에만 있는 이 웃는 표정 (^^)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눈은 웃고 있지만 입은 어떤 모양일지 모르는 거 아닌가? 그래서 웃는 가면처럼 보인다. 썩은 미소..? 뭐 그런 거일 수도 있잖아. 차라리 입도 웃고 있는 :) 나 :D 가 나은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이 교육을 2주에 걸쳐서 6일 동안 참석했고 Orange라는 툴에 대해서 배웠다. 코딩 없이 개념만으로도 머신러닝을 구현해 낼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툴이고 거기서 배운 것에 대해 따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교육을 들으러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먼 길을 가야 했지만 매우 가치가 있었다. 나는 버스 타는 걸 너무 좋아한다. 멍 때리고 있으면 정말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버스에서 핸드폰을 하던데 나는 버스 맨 뒤 자석에 앉아서 사람들이랑 바깥 구경하면서 생각의 소용돌이에 잠시 빠진다.
또 아침 일찍 7시에 일어나 저녁 8시에 들어오는 생활에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유튜브 보다가 새벽을 새고 낮잠도 자고 밤 낮이 바뀐 생활이었는데 교육을 들으니까 생산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바쁘게 살면 더 바빠지고 싶고 게으르게 살면 더 늘어지고 싶은 게 나의 심리이다.
나는 그 교육을 들으면서 지식도 지식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인맥을 얻었다. 사실 좀 노렸다. 교육이 재직자 과정이라도 나는 이 교육을 통해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인복이 많은 나는 결국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교육 첫날에 아는 사람이 당연하게도 한 명도 없었지만 쉬는 시간 때 나에게 메일을 보내주신 관계자분이 나를 알아봐 주셨다. 나를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너무 친근하고 밝게 환영해 주셔서 긴장도 풀리고 매우 감사했다. 이 밝은 에너지는 정말 봐도 봐도 신기하다.
너무 감사하게도 그 관계자분은 나를 정말 좋아해 주시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해주셨다. 대학생이, 그것도 입학 예정인 어떤 애가 재직자 과정을 들으러 왔다고? 뭐 그런 소문이었을 거다.
사실 좀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지도 않았는데 대학교의 타이틀이 내 첫 이미지가 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분들은 너무나 좋으시고 나를 아껴주시지만 내가 아니라 대학교의 이름으로 나를 정의하는 것은 좀 억울했다.
첫날 이후로 그 관계자분과 교육 같이 듣는 언니 두 명이랑 친해졌다. 너무나도 멋진 사람들이라 자랑을 하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언니들이 자신이 만난 사람들, 지냈던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인맥 부자는 처음 봤다. 나를 위해 인생 조언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나랑 나이가 5살, 10살 차이가 나도 친구 같은 언니들이다.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모습에 내 시야가 더 넓어졌다. 나의 5년,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던 계기가 되었고 이런 멋진 사람들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책을 읽는 것 같다. 책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교육이 거의 끝나갈 때쯤 나를 아껴주시는 그 교육 관계자분께서 대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 다른 교육 관계자와 아는 사이라서 적극적으로 나를 추천해 주셨고 원래 고려대 학생들을 위주로 뽑지만 나를 추가적으로 넣어주셨다.
이렇게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호기심에 들은 교육으로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두 번째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다 보니 더 많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