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수업 (2)

나의 완벽한 1년 보내기

by 둥근기록

새로 얻은 기회로 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교육을 들으러 갔다. 대학생들이 듣는 수업이라 나에게 맞을 것 같다면서 아는 분이 추천해 주셨는데 결국 한 달이 넘게 160시간 수업을 기꺼이 들어 수료증을 받아냈다.


그 한 달은 무더위에 걷기만 해도 땀이 나는 한여름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무더위 속에 수업 듣는 곳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었다. 어째서 이 학교는 언덕 위에 있는 건지... 운동이 되었다.


내가 들은 두 번째 교육은 "빅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위한 Spotfire 과정"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Spotfire 시각화 프로그램이 반도체 회사에 사용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전기전자 학과에 반도체 관련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이 교육을 들은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긴 시간 동안 무더위에 밖에 나가지도 못했지만 엄마가 싸주시는 예쁘고 맛있는 도시락도 먹고 새로 만난 언니들이랑 수다도 떨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내 시야를 더 넓혀주는 것 같다,






교육 일정 중에 다 같이 판교에 있는 텔레칩스라는 회사에 견학을 하러 갔다. 팹리스 자동차 반도체 회사인데 회사에 대해 설명하시는 분께서 얼마나 회사를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는 좋은 회사를 고를 때 나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회사에 대한 나의 기여로 회사가 나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한다.


또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에서 친환경적이라는 말은 대중을 위한 말이고 경영인의 관점에서는 한정된 자동차 분야에 새롭게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뭔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회사를 직접 둘러보다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방음이 되는 음악 밴드실이었다. 지나가면서 누군가 헤드폰을 쓰고 드럼을 치고 있었는데 딱 내가 원하는 환경이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나는 회사 생활에 매우 만족할 것 같다.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기에 그렇다. 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낭만을 꿈꾸고 있다.






교육 마지막 주는 팀 프로젝트 기간이었다. 계속 이론만 배우다가 급하게 프로젝트에 도입하려고 하니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어야 했지만 역시 험한 길은 더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1주 반동안 팀을 짜고 아이디어를 내고 데이터 모으고 분석하고 시각화하고 발표 준비하고... 이 프로젝트 준비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 시간 전에 프로젝트를 제출했다는 점이 매우 뿌듯했다.


팀은 원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강사님께서 짜주셨다. 수업 전 날까지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개인적으로 보내달라 하셔서 나는 내가 관심 있는 배터리와 에너지를 생각하여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태양광에너지에 대해 제시하였다. 참고로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시각화로 어떻게 분석하고 스토리텔링하는지를 평가한다.


그 다음 날 예상대로 대부분 학생들은 반도체와 관련된 주제를 원했고 나만 다른 주제라는 것이 참 씁쓸했지만 강사님은 내가 이 주제로 팀장을 맡아 이끌어가길 원하셨다. 어쩌다 보니 또 반도체에 관심 없는 팀원 두 명이 어떻게 내 팀에 들어오게 되면서 나는 무산될 줄 알았던 팀에 팀장이 되었다.






정말 많은 걱정을 했다. 다른 팀들의 팀원은 4-5명인 것에 비해 우리 팀은 3명이었고 내가 낸 아이디어를 믿고 팀에 들어온 팀원들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나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올랐고 가끔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미친다는 것을 안다. 한 번 열정에 빠지면 머리 터질 듯이 생각하고 손 아프게 노트북을 두드리며 완벽함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피곤한 성격이 있다.


하지만 팀 프로젝트는 완벽함보다는 원만한 팀원들과의 상호작용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번에 처음으로 팀장을 맡아봤는데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했고 대화가 잘 통해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인원이 적어서 팀을 이끌기가 편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은 고난은 우려했던 팀워크가 아닌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역할 분배를 최대한 고르게 하기 위해서 팀원이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으면 방향을 알려주었지만 나도 정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기에 맞는 방향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모호하게 큰 주제를 설정하여 여기로 가보자! 하고 방향을 맞추지만 가면 갈수록 정확히 어느 위치로 향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게 된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튀어나와 계획이 지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 운이 따르면, 어느 순간 레이더망에 빛나는 정확한 위치가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그때쯤은 항상 시간이 촉박해서 있는 힘을 다해 목표로 달려가야 한다. 팀 프로젝트는 앞을 알 수 없는 모험이고 예상치 못하는 일들은 유연하게 파도를 타야한다.





결과적으로는 대상을 받았다...! 2점 차이로 우승한 거라 더 믿기지 않았다. 상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보태주는 영양분이 된다. 상금으로 버스비를 벌 수 있어서 만족하였고 처음 팀장으로서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 프로젝트를 향한 따갑지만 필요한 피드백들, 견학으로 보고 배우는 것들 모두 나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닫히는 문이 있다면 열리는 문도 있고 기회는 용기있게 문을 연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 두 번째 교육을 들으면서 열린 문이 있다. 바로 파이썬에 대해 강의해 주신 분이 이끄시는 로봇랩에 신청한 것이다. 나는 그 강사님의 수업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파이썬 수업의 연장선으로 로봇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운이 좋게도 강사님께서 그 파이썬 수업을 들은 학생이라고 서두를 쓴 내 신청서를 받아주셔서 회사 생활 경력자분들과 똑똑한 대학생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나는 수업을 듣는 학생에서 사회로 나가는 초년생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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