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타트업 인턴 면접

나의 완벽한 1년 보내기

by 둥근기록

나의 완벽한 1년 보내기란, 나의 성장을 위해 주어진 휴학 1년이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 휴학을 결정했을 때 나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지만 엄마는 내가 시간을 더 소중하게 쓰길 바라셨다. 돈은 언제나 벌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은 나만의 색깔을 가진 단단한 기초를 쌓는 것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수업에서 판교로 견학을 간 날, 난 오후에 있었던 인턴 면접을 보러 갔다. 나에게 판교의 첫인상은 유명한 브랜드들이 높고 멋진 빌딩에 교통은 언제나 혼잡해 보이는 곳이었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다 건물 안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고 빨간 광역버스가 2800원이나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면접에 늦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며 약간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살짝 뛰어서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면접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오랜만에 들리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많이 설렜고 이런 환경에서 내가 일할 거라는 기대감에 너무 행복했다. 안쪽에는 기업들의 이름이 천장에 걸려있고 몇몇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서 일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한국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여하는 해외 스타트업의 통역 및 업무를 지원하는 일을 하는 인턴에 지원하였다. 그 이유 첫 번째는 내가 관심 있는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 배우고 싶었고, 두 번째는 내가 관심 있는 AI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내가 내향형이어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나만의 브랜드로 창업을 하여 CEO가 될 것이라는 걸 안다. 어떻게 되든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언제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또 가능하다면 해외계 취업을 원하고 스타트업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환경이 나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인턴을 하게 된다면 여러 CEO들과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면접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나의 친화력이 발휘되어서 옆에 앉아 있던 분께 말을 걸었다. 너무 귀여우셔서 나보다 어리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언니였다. 앞에 앉으신 분께도 말을 걸었는데 열심히 아이패드로 끄적이면서 면접을 준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멍을 때리며 내 이력서를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혹시나 모를까 오는 길에 영어로 쓴 짧은 자기소개도 외웠다.





나에게 이번 면접은 두 번째이다. 첫 번째와 다르다고 느낀 점은 일단 심사위원들과 약간 더 가까운 거리에 앉았고 내가 자기소개를 시작하는 순간 내 눈을 바라보며 경청을 하는 자세에 감동받았다. 그래서 좀 더 신이 나서 이야기를 편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예상과 다르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였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외운 티가 안 나고 자연스럽게 말을 한 것 같다.





면접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질문을 하실 때 공백 없이 급하게 하려다 보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어 휘몰아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하면서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전체적인 문장 구조가 매끄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나의 팀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정말 당황을 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정적이 흐르며 시간이 멈춘 때가 있었다. 순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지? 이런 질문을 생각해 본 적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도 없는걸?' 하며 당황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와중에 괜찮다고 천천히 하라며 한 심사위원께서 나에게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배려심 넘치는 심사위원이 또 있을까. 근데 내 차례 이후 옆에 앉아 있던 그 언니는 자신의 생각이 곧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면서 쉽게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문제의 요지는 나에 대한 것이므로 나에 대해 더 설명하면 되었구나 하고.






면접에서는 늘 나의 부족함을 직면할 수 있다. 여유롭지 않고 마음만 급하다 보니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 정리되지 않은 말처럼 들릴 수 있다.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내가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으면서 나의 모습과 나의 말 빠르기가 어떻게 들릴지 직접 보면서 연습해야 한다. 이 정도 깨달았으면 난 이 면접이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면접이었지만 첫 번째 면접보다는 많이 발전했다며 집에 가는 길에 스스로를 토닥였다.






최종 합격한 후 (세상에...) 오리엔테이션 날이 다가왔다. 함께 일하게 될 스타트업 기업들도 모여 서로 소개하고 인턴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25명의 인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인턴 입장에서는 40개의 기업 중 2개의 기업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사람들과 매칭되기 위해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나는 어떤 기업과 일하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았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판교까지 집에서 한참 멀어서 아침 5시보다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타고 출발하였는데 버스카드를 안 가져와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가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생했네.. 하고 웃으며 넘어가지만 그날 나는 패닉에 빠져서 울 뻔했다. 버스를 다른 방향에서 타는 실수도 하고 광역버스가 만석이라 기사님은 매정하게 나를 떠나버리시고 혹여나 더 빠르게 도착하지 않을까 환승을 다섯 번 이상을 하며 달려보았지만 그럴수록 더 늦어졌다. 이때 깨달은 점은 조금 늦더라도 버스를 놓쳤으면 그다음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다. 환승을 하면 할수록 대기 시간 때문에 오히려 지체가 된다는 것을 나는 바보같이 알지 못하였다.


분명 아침 5시에 출발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오전 10시 좀 넘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아침부터 힘이 다 빠져서 기운이 없었는데 말했듯이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야 했다.





정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너무나도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와 다른 세상 속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우물 안에서 꺼내지는 기분이다. 마치 그 먼 우주에서 보았을 때 보이는 파란 먼지 같은 지구의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존경할 만큼 대단한 사람들이었고 내가 게으르게 집에서 뒹굴거릴 시간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면접 때 만난 언니부터 시작해서 다른 인턴들과 대화를 해보니 해외에서 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이었다. 다들 유창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나름 내가 영어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에 멈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일 것이고 4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잘하려고 매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대단하다고 자만했던 것들이 여기서는 대수롭지 않았던 곳이었다. 한 마디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이제 그 벽을 부수려고 한다.





오리엔테이션 전에 메일로 여러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오리엔테이션 당일에 직접 대화해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기업들 속에 기업 이름과 사람 얼굴이 매칭이 안 되어서 누구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인턴들은 즉석에서 기업들과 만나서 대화도 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듯한데 이 혼란스러움에서 뭘 해야 할지 갈피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물론 나도 여러 기업들과 이야기도 하고 나라는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이익을 위해 대화를 하려고 돌아다녔는지 아쉽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보다는 다른 인턴들처럼 바쁘게 만남을 주도하고 대화를 하는 것에 경쟁심이 생겼던 것 같다. 나는 기업들과 면접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온 것인데 마음이 급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이건 어떤 인턴이 한 기업과 기업 매칭을 위한 대화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엿듣고 깨달았다. 나도 기업 대 인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 이후에도 많은 대화가 오가면서 두 개의 기업과 매칭이 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관심 있는 AI, 데이터 쪽의 기업이라서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이 매우 기대가 된다. 나는 이 두 기업을 고를 때 기업보다는 사람들을 먼저 보았다. 짧게 면접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직감적으로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배려심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들이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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