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이 너무 말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람과 빛으로 가장한
자연이 이야기하게 해야 합니다."
-안도 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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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 혹은 디자이너를 물어오면 나는 '안도 다다오'라고 답한다.
그의 건축은 겸손한 듯 하지만,
압도되는 그 무언가가 항상 존재한다.
그 무언가의 답은 자연이었다.
그의 공간은 빛과 바람, 물이라는
자연적 소재로 건축을 감싸 안는다.
뮤지엄 산은 자연과 건축이
교감하는 공간 중 하나이며,
내가 애정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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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현상학적 건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현상학적 건축은
감각과 지각을 중시하는 건축이자,
재료의 물성과 빛, 그림자, 물 등의 요소들로 인해
시야에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기반한다.
그러한 현상이 인간의 지각, 감각 기관에 연계하여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상학적 건축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시간성을 보여주는 이곳은,
시시 각각 다른 모습이 투영되는
계절별로 들려보아야 할 곳이다.
플라워 가든을 지나 워터 가든을 지날 때면
그곳에서 늘 감동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늘, 구름, 나무, 산이 잔상처럼 비친 수면은 더욱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걷다가 멈추고, 또 걷다 멈추게 되는 워터가든.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출렁이는 물결과 함께
공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담아내어주는 공간이자,
동시에 사계절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러
다시 찾아갈 공간이기도 하다.
자연, 그중에서도
식물, 빛,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의 요소는
공간에서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안도 다다오는 그러한 것들이 공간에 채워져 있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을 때
인간 본연의 지각과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공간을 마주할 때 들려오는
경쾌한 새소리,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를
조용히 느끼고 있다 보면 자연이 내게 말을 건네듯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건축이 자연을 침범하고 우리가 그 건축 안에 있을지언정
결국, 커다란 자연 안에 속해 있음을
끊임없이 느끼게 되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철학인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곳, 삼각 코트에서 느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건축물의 매스나 삼각 코트를 보면
과감하고 인공적인듯한 삼각형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그 형태는 자연을 올곧이 담아낸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연을 강조하기 위한 요소로 느껴진다.
이러한 건축 요소에서의 과감한 삼각 형태는 되려
자연적 요소인 산의 형태를 본 딴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일렁이는 물 빛이 천정에 반사된 모습.
찰나의 순간들도 아름답다.
뮤지엄 산의 내부는 마치 동굴 속에서
빛을 향해가는 여행과도 같다.
어두운 노출 콘크리트의 무표정한 표정을 보고 있다가도 얇고 길게 뻗은 틈,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본 이후
환하게 실내로 들어오는 빛을 마주하게 되면
숨이 탁 트이는 기막힌 절경도 함께 접하게 된다.
그저 걷기만 해도 마치 미로를 지나 빛을 찾게 되는 재미난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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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을 2019년 여름, 그리고 2020년 늦가을.
이렇게 두 번에 걸쳐 방문하게 되었다.
조금 더 달라진 시각으로 이곳을 바라보았기를 바라본다.
확실히 두 번째 방문 때는 공간의 디테일들을 더 관찰할 수 있었다.
끝으로,
뮤지엄 산은 이름 그대로 산을 담아낸 곳으로써
대지의 환경에 맞도록 어우러진 공간이다.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곳.
이곳의 매력을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에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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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뮤지엄 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명상관 체험과 제임스 터렐 전시도 같이 보는 것을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