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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ory Aug 06. 2023

땅 속의 집, 땅으로의 집 -조병수





이 책은 오로지 땅 속의 이야기가 내포된

집들에 관하여 소개된다.


대지가 가진 장소성은 건축에 있어

필수 불가결하며 결코 배재할 수 없는

중요한 관점이다.




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몇몇 와닿는

구절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멀고 먼 이상향의 건축이 아닌 구체적이고,

경제적이고, 솔직 담백한 건축일 것이다.


또 때론 모자람의 건축이기도 한데,

일부러 만든 모자람이 아닌

덜 채워지고 덜 만들어진 채로

함께 살아가며 채워져 가는 모자람이다.


즉 자연의 모든 것들이 그 스스로는 모자람이 있고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함께 할 때

그 모자람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채워지는 것처럼 이것이 진정한 총체론적 지속가능성의

건축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주변과 통해있고,

현실을 통해 있으며,

전통과 통해 있어 어느 것 하나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뒤엉켜 살아가는 건축이며

삶에 대한 함축적 이야기다. “


-026p-







“그의 집은 단박에 빠져드는 현란함이 아닌,

좀 더 원초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전달법은 때에 따라서는 꽤 복잡한

심리전을 동반하기도 한다.

마치 공간 자체가 어떤 생각과 의지를 지닌 것 같다. “


-110p-







“-이미 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

라는 도덕경 첫머리에 나오는 명제를

그는 자주 새겨 말한다.

이 말을 그의 건축 언어에 대입해도

뜻이 상통하리라고 생각된다. “


-112p-







“이 집의 중정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 공간이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이다.

그것이 하늘이건 바람이건 별이건 간에

비어 있는 무의 공간을 채우면서 감각의 세계로

연결된 유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즉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내 안으로 들어와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적 전이가 가능한 여정이며,

건축이 공간의 시로 자리하는 원리가 된다.


따라서 건축가의 윤리적 의무는 사람이

지혜롭고 선하게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공간을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좋은 집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125p-






“어쩌면 그는 궁극적으로 건축이라 불리지 않는

건축을 바라는 지도 모른다. “


-126p-













조병수, 그의 건축은

담백하고 순수하며

어떤 기교와 화려함이 묻어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선과 재료들.

작위적 형태가 아닌,

단순한 형태의 사각 매스.


주변 환경에 맞게 절제된 감각들.

작아도 큰 집으로 인지케 하는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공간.


이것이 그의 사유와 언어들일테다.







이러한 그의 건축적 사고를 알게 되니

나에게도 작은 바람이 불었다.



요즘 공간 디자인을 하면서 너무 지치고 힘이 든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어서인지 생각이 점차 많아진다.

3-4년 차에 많이들 고민하는 때라고 하더니.




이 직업이 정말 나와 맞는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즐기면서 일하고 있는 걸까.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내게 더 맞는 직업이 있는 게 아닐까.


.

.

.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요즘은 일에 대한 설렘, 성취감보다는

그저 지쳐있고 나의 적성에 대해

확고하지 않은 의문들과 검열 속에서

억지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일을 하다가 증발해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전쟁 같은 하루를 끝내고 나면 오늘을 잘 이겨냈구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내리고 성취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즐기면서 일하는 직업을 찾고 싶은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읽으니

마음 한 켠 아주 작은 욕심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검소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 감정을 끌어내는.

그런 순수한 건축 공간을 일깨워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

그런 공간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들.



미래의 내가 과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해볼 생각이다.









일단 당장 내일 출근부터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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