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다 떠오른 것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싫었다.
물론 결과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 과정 또한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고등학생 시절, 우리 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따로 모아 혜택을 주고
그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종종 생각했다.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결과가 중요한 건 맞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했던 수많은 고민과 노력은
단순히 한 줄짜리 결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한 줄의 글자로 누군가는 울고, 또 누군가는 웃었다.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었고,
그때의 나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고, 성적에 연연하던 시절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작년부터 나는 취미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들으며 물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처음 수영을 접한 건 대학교 교양 수업이었다. 그때의 나는 물에 뜨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스무 살 때 적어두었던 위시리스트에 ‘수영’이라는 항목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겁도 없이 수업을 신청했을 뿐이었다.
수업은 초급 수준이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나는 물에 뜨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고, 자연스럽게 맨 뒤에 서서 다른 학생들의 뒤를 따라가야 했다.
두 개의 레인 중 하나는 이미 자유형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다른 하나는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구조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뒤에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느린 속도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한 학기가 끝날 즈음, 나는 더 이상 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수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식으로 등록한 중급반에서는 자유형과 배영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나는 다시 처음처럼 맨 뒤에 서게 되었다.
아직 배우지 않은 영법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또다시 작아졌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 나는 언제쯤 저들처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문득 옆 레인의 초급반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의 방식으로 물에 적응하며 조심스럽게 헤엄치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자 처음 물에 들어갔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내 모습은 어쩐지 고등학생 시절의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고 싶어서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던 그때의 나.
순서가 뭐가 중요할까.
그 순간, 예전에 느꼈던 감정이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단지 속도가 조금 다를 뿐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나는, 꼴등도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