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릉 Jan 09. 2023

Chromosome

그냥 살아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평범한 건, 남들과 똑같다는 건 싫었다. 단순하게 플레이리스트만 봐도 대중적인 노래는 듣지 않았고 혹여나 내가 듣던 노래가 갑자기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지면 그때부턴 삭제하고 듣지 않았다.

나는 평범한 건 별로라서 항상 다른 걸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평범하지 않았기에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남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내가 되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매일 뭐 먹지라는 같은 고민만 반복하며, 이번달 카드 값은 얼마가 나왔는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돈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그냥 그런 사람이 되었다. 매일 같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사랑에 대한 답답함,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마주 하는 나는 가끔 정신이 아득해져 하염없이 눈물이 나올 때도 있다.



뭐 근데 어떡하겠어? 다 그냥 그런 것이라는데, 산다는 게 그런 것이라는데.


나는 그냥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아보겠다는 나의 선택이 더욱 인생을 힘들게 만들지라도, 남들과 비교해 아직은 가진 게 없는 사람일지라도, 나의 이런 여유와 무책임함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다 떠날지라도.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들이 잘못된다고 해서, 뭐 얼마나 잘못되겠어.


그냥 살다 보면 결국 어느 점에서 위치해 있을 테고, 다시 그렇게 살다 보면 또 다른 어느 점에 위치해 있겠지. 결국 모든 점들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선이 될 테고, 인생이라는 선이 뒤엉켜 고유한 형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의 형태는 모두가 각기 다른 것이기에 우성과 열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코 모방해서 따라 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엉켜버린 선들을 다시 풀어 예쁜 모양을 만들려 할수록 더욱 엉켜버리고 결국 그 선들은 커다란 검은 점으로 남겨질 뿐이었다. 검은 점들이 수많이 남겨진 나의 선들은 이제야 뻗어가려 하고 있다.



인생이 잘못된다 해도 얼마나 잘못되겠어. 그냥 살자.










작가의 이전글 Recollec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