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eting
"너와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야. 우린 이걸 맞출 수 없어."
침묵 끝에 나온 너의 한마디는 솔직했지만 잔혹했다.
그 단호하고 어찌할 수 없는 문장에는 너의 목소리가 묻어 있었다.
언제나 너는 표현을 잘하고 감정을 부족하지 않게 잘 보여주었다. 그런 네가 좋았다.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렸던 너는 처음엔 그저 아이로 보였다.
나이가 어린것뿐만 아니라, 너와의 만남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으며 처음의 말실수도 한몫을 했다.
이제는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머리를 거치지 않고 툭툭 나오는 말실수는 언제나 나의 단점이었다.
접점이 조금도 없던 너와는 대화에 있어 침묵이 언제나 존재하였고, 그 침묵을 깨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또다시 말실수를 하기보단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나는 목적성이 뚜렷하고 가득한 공간에서 그저 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글을 올렸다. 애초에 나는 아직 누구를 만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나이에 연애를 하기 위해선 운전을 해야 하며, 언제나 데이트에 있어서는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혼자 사는 집이 있어 편한 데이트를 다들 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것도 가지지 않았으며,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터였다.
다시 돌아와, 헤아릴 수 없는 넓은 공간 속에서 나의 글을 너는 읽었고, 너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내왔으며 그 많은 대답 속에 너의 글을 나는 보았다. 그랬기에 현재 찰나의 순간이라는 점에서 너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너와 막상 마주하니 너와 나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고, 관심사와 취미 그리고 분위기까지 정말 달랐다. 그랬기에 대화의 주제는 매번 겉으로 맴돌 뿐이었고 그 속에서 너의 시선이 자리한 곳은 언제나 나의 눈이 아닌 먼지 쌓인 바닥이었겠지.
그런 너의 시선이 자리한 곳을 보고 있자면 지금 까지 쌓아왔던 너의 손길들이, 그 달콤했던 시간들을 모두 지치고 가난했던 진실들로 치부해 버리며 사라져 가고 있었다.
너는 내게 새로운 희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끝일 뿐이었는지 정의하지 못한 채 불안함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누르며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혼자 고민을 마주하고 결국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나의 어두운 감정을 그저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 것은 이기적이었으며
그것이 네가 될까 쉽사리 털어놓기엔 잔인했다.
서글퍼 울고 있는 나에게 너는 작지만 큰 위로가 되었고,
서글픈 현실을 끝내려 하는 나의 마음은 이제 어느 하나 남질 않겠지.
처음 네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처럼 찰나의 순간의 점이 다시 나에게 찍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