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7세고시 엄마의 휴직 기록
전업주부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요리를 잘하고,
남편을 잘 내조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운동도 하고, 피부과도 다니고, 마사지도 받으며
자기관리까지 놓치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잘 키우는,
그야말로 슈퍼맘.
그동안은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줄로만 알았다.
휴직만 하면 내가 그리던 그 슈퍼맘이 될 줄 알았다.
휴직 후의 현실은 조금 달랐다.
아침밥은 시판 구운란과 팩주스.
불 앞에 오래 서 있는 걸 내가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인지 휴직하고 나서야 알았다.
애들 등교/등원 후엔 집 치우기 싫어서, 어디든 일단 집 밖으로 탈출했다.
피부과는 10회 패키지를 결제했지만 초반에 한 번 가고 말았고, 마사지는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애 하나 키우는 전업은 학원 보내고 피부과나 마사지샵을 간다던데, 나는 첫째, 둘째 다른 시간에 라이딩하다보니, 온전한 한 시간조차 낼 수가 없었다.
운동은 꾸준히 했다.
나는 아이 친구 엄마들 중 나이가 많은 편이다.
운동을 안 해도 날씬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자괴감이 들었다.
체중계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정신은 맑아졌다. 몸을 움직일수록 아이들에게 화가 덜 났다.
상반기에는 1학년이 된 첫째의 적응에 온 힘을 썼고,
하반기에는 예비 초1인 둘째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째 때는 “난 그런 거 안 시킨다”고 외면했던 그 유명한 ‘7세 고시’에
둘째 7세 하반기, 뒤늦게 합류해 허겁지겁 뒤쫓아가기 바빴다.
아이 둘을 주5일 라이딩하며 학원 세팅을 바꿀 때마다 고난도 테트리스 조각을 맞추는 기분으로 스케줄을 끼워 맞췄고, 그때마다 흰머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전업주부가 적성에 안 맞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도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최고라고 말해준다.
요리를 잘하지 않아도,
집이 늘 완벽하지 않아도,
다른 젊은 엄마들처럼 날씬하지 않아도 그들은 그렇게 말해준다.
그 말 한마디로 올 한 해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