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데 무슨 어르신이야
우리 아파트는 지하 2층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오후 4시가 지나면 빈자리는 사라지고, 차는 자연스럽게 지하 3층으로 내려간다. 지하 3층에 대면 집까지 가는 길이 5분쯤 더 길어진다.
그날도 아이들을 태우고 지하 2층을 돌았다. 빈자리가 하나 보였다.
어르신 전용 구역이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차를 넣었다. 피곤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후진을 하려는 순간, 후방 카메라에 글씨가 또렷하게 잡혔다.
어르신 전용.
큰아이가 물었다.
“어르신?”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엄마도 어르신이야.”
아이의 대답은 단순했다.
“이렇게 예쁜데 무슨 어르신이야?”
아이들 눈에 비친 나는 ‘어르신’이 아니라 ‘예쁜 사람’이었다.
차를 다시 빼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5분이 더 걸리는 길을 선택하면서,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주차의 편리함이 아니라,
아이들이 믿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눈은 가끔 내 기준을 바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