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자의 수능날 기록
오늘은 수능날이라 첫째 등교가 한 시간 늦춰졌다.
원래는 그 시간에 영어학원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말했다.
“배드민턴 치러 갈까?”
남편은 출근하느라 라켓만 쥐어주고 사라졌고, 결국 운동장에서 아이와 셔틀콕을 주고받은 사람은 나였다.
‘숙제 미뤄도 되나…’ 마음 한 켠이 계속 불편했다. 그런데 같이 뛰다 보니 조급함은 사라지고,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 이마를 보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환해졌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끔 ‘공부를 방해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근데 그건 착각인 것 같다. 책상 앞 30분보다, 함께 뛰며 웃는 30분이 훨씬 오래 남는다.
나는 지금 무급 육아휴직 중이다.
시간도, 돈도 내가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 있고 그동안 조금이라도 도움받던 가사와 육아를 혼자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일해서 버는 돈으로 가사·육아·교육 다 외주 주는 게 더 이득 아닌가…”
그런데 오늘 아침, 땀에 젖은 얼굴로 웃으며 셔틀콕을 쫓는 아이를 보다가 문득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아, 이건 낭비가 아니라 ‘투자’구나.
아이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텅 비어가던 내 마음을 다시 채우는 시간.
시간이 쌓이듯 관계도 쌓이고, 함께 보낸 순간들이 우리 사이의 두께가 되어간다.
지금 이 시기, 아이들이 땀 흘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게, 육아휴직자인 내가 누리는 가장 큰 ‘특권’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