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엄마가 어렵다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거리

by 만개

나는 이 말을 엄마에게 할 수 없다.

“엄마,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윤우상의『엄마 심리 수업』을 읽다가 끝내 눈물이 났다.

내게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너무나 멀고도 아픈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엄마 밑에서 자라지 못했다.

엄마에게 나는 늘 조금 부족한 존재였고, 칭찬보다 지적이 먼저였다.


특목고를 가고, SKY를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십몇년을 버텨냈어도

엄마의 기준선은 늘 저만치 앞에 가 있었다.

왜 나를 그냥 인정해주지 않는지,

왜 나의 성취보다 나의 빈틈을 먼저 보는지

서러워서 속으로 수없이 울었다.


이제는 안다.

그게 엄마가 할 수 있었던 사랑의 전부였다는 것을.


스물여섯, 아직 꽃 같던 나이에

나를 낳고 감당해야 했던 삶.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완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녀의 거친 세월을

이제야 한 사람의 인생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여전히 어렵다.


아이들을 맡길 때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 한쪽이 불편해진다.


“정리는 너처럼 하는 게 아니다.”

“육아휴직 그 정도 했으면 집안일은 도사 돼야 하는 거 아니냐.”

"애엄마들 다들 자기관리하는데 너도 좀 꾸미고 다녀라"

"직장만 다니지 말고 재테크해라. 전업주부가 주식으로 더 번다더라"


안도감과 불편함이 파도처럼 섞여 올라온다.

1n년차 직장인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도.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숙제를 검사받는 어린아이로 돌아가 버린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편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결심한다.


엄마에게 받지 못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온전히 흘려보내겠다고.


엄마의 지적은 내 대에서 멈추고,

아이들에게는 “네가 있어서 참 좋다”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내 아이들에게 해줌으로써,

내 안의 어린 나도 함께 치유받기를 소망한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엄마의 삶은 이해하려 애쓰되,

내 마음의 상처는 내가 돌보겠다고.


엄마,

우리는 여전히 서툴고 때로는 부딪히지만,

그래도 당신이 내 엄마였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만은

조용히 인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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