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밤까지 사랑하겠어?
불신하는 단어가 있다.
"의지"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의지는 "약한 것"이 아니라 "소모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의지는
월급을 받은 후 0을 향해 가는 통장 잔고와 같다.
지출목록이 부지런히도 쌓인다.
이번 달은 설 명절이 있기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혼심으로!
지출이 부지런을 떨 것이다.
의지를 불신한 이후부터는 일상에 몇 가지 규칙이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기 때문에 의지가 바닥이 나는 오후 2시~3시 사이에는 가급적 짧은 낮잠을 잔다.
낮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면 눈을 감고 호흡만 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갖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수업을 하는 동안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은 유령이 되는 듯하다.
그리고 저녁 9시 이후에는 가급적 아이들과 접촉하지 않고 침묵하려고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요!" 이 말 정도만 가볍게 나누려고 한다.
왜냐하면 페르소나를 벗은 엄마가 나와 "잔소리 창고 대방출"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의 날치기 요구에 명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허용적인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약 18년간의 육아 빅데이터를 통해 얻은 나만의 결론이다.
내 의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타자의 의지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녀와 학생을 대할 때 특히 유용하다.
해야 할 일을 못했거나, 약속을 어겼거나, 잘못을 했을 때
'너의 의지가 소모되었나 보구나.'라고화의 출몰을 이해가 막아준다.
아직 어른들에게는 기대치가 높아선지
"의지소모론"이 잘 적용이 되지 않아 훈련 중이다.
어른 중에는
죽지 않고 생존을 했다는 의미로 나이가 먹어 어른이 된 사람과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쌓아 올린 어른이 있는데
이 둘을 순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직관적이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빠른 편인 나에게는
여지를 두고
선택을 유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걷다 보면 길이 되겠지.
올라가다 보면 여기보다는 높겠지.
코 앞으로 다가온
명절맞이 시댁과 친정 방문에 앞서
"어른 대상 의지소모론"을 되새긴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의지가 소모된 것뿐이지.
한 숨 재우면 제 상태로 돌아올거야.
타이밍이 좋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