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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Apr 25. 2024

아내


              아내


 정갈하게 저녁상은 차려 놓고
 어디로 갔
 냉이, 달래 봄 내음은
 코 끝에 알싸한데
 건넌방 아이 울음만

 귀에 들린다.
 
 소파며 식탁에 앉아
 주위를 환하게 밝히던
 이 사람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아이 울음만 빈집에 가득하다.
 이 사람이 어디로 갔나
 
 함부로 쏟아 논 내 말이
 가슴에 모질게 박혀
 끝내 머물 수 없었나
 
 밤비가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데
 이 사람의 난 자리는 흔적도 없고
 분홍빛 원피스며 반짝이는 구두도
 그대로 있는데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보고
 나는 맥 없이 주저 앉는다.
 찬비는 사납게 내리는데

 이 사람이 어디 갔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혀 끝모진 가시에 덧이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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