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싸움
해 질 녘 먼 산
어스름이 눈에 가득합니다.
온 산을 빙 둘러 홍시빛으로
눈물겹습니다.
땅거미 지는 오솔길 길섶이
풀벌레 소리에 되살아나고
아무 걱정도 없이 걷는 이 흙길에
쑥부쟁이 구절초 해국이
무더기 무더기씩
깊고 깊은 그리움처럼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위로 펼쳐진 하늘은
날마다 깊어져 갑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차피 가야 할 인생길
서투른 말은 낙엽처럼 모두 떨구고
가만가만 다가가 야윈 등을 다독거리며
이 땅에서 아름다운 싸움을
살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