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거칠어졌을까

권위라는 가면 뒤에 숨은 설명하지 못하는 어른들

by 아우리

며칠 전, 한 기사의 제목을 읽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집단, 40~50대 남성 상사.”

그 문장이 향하고 있는 방향 앞에서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직장에서 ‘어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표정으로 서 있을까, 조용히 되짚어보았습니다.


서 있는 자리의 그림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 피해자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가해자로 ‘직장 상사’를 지목했다고 합니다. 한때는 사회의 활력소로 불리며 ‘영포티(Young Forty)’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같은 세대를 가리키는 언어는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최근에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멸칭인 '짐승포티'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그 단어가 불편한 이유는 단지 자극적이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어른들이 ‘젊은 어른’이라는 자부심에서 ‘불편한 존재’로까지 추락하게 된 그 과정 자체가 더 뼈아프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의 이면에는 분명 우리가 외면해온 그림자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기사를 읽으며 저는 오래전 군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회의실의 공기에는 보이지 않는 서열이 깃들어 있었고, 말의 온도는 나이와 직급의 높낮이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논리보다 기분이 앞서고, 합리보다 “위에서 결정한 일이니까”라는 문장이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침묵이 모두에게 정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특성상 절제가 중요했기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그 침묵이 때때로 오해를 만들고 마음의 간격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작은 거리감이 쌓이면, 그것은 예상보다 깊은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 법입니다.


설명을 잃어버린 세대

왜 직장에서 권한을 가진 위치의 사람들이 인권침해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될까.
그것이 ‘악의’의 문제가 아니라, 배운 방식과 남겨진 습관의 충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말을 세게 해야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던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지시가 곧 법처럼 작동하던 시절이 있었고,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리더는 오히려 우유부단하다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생략은 미덕, 침묵은 리더십'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한 번은 후배가 조심스럽게 제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선배님이 화내는 것보다,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책임감이라 믿었던 무표정과 짧은 말투가 누군가에게는 불안의 신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권위는 설명을 지우고, 설명의 부재는 결국 관계를 지워버립니다. 지우는 데는 순간이면 충분하지만, 회복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설명하는 용기의 시작

지금의 직장은 그때보다 훨씬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서열보다 소통이, 지시보다 공감이, 경험보다 감수성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익숙한 방식은 편안하고, 새로운 감수성을 배우는 일은 어쩌면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 두려움이 종종 거친 말과 행동으로 튀어나오며, 스스로도 원하는 모습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변화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직장 문화와 세대 갈등이라는 큰 구조도 결국은 작은 말 한마디에서 흔들립니다. 명령 대신 부탁을 건네는 일, 지시 대신 이유를 설명하는 일, “원래 그래”라는 말 대신 “이렇게 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친절함. 이 작은 변화들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어떤 관계는 다시 연결합니다. 권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존중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누군가에게 그림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상사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어떤 언어를 남기고 있는지.

거칠어진 어른들의 세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힘은, 결국 우리가 다시 설명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믿음직한 어른의 얼굴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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