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을까?

고구려·조선·일본이 꿈꾼 ‘각자의 중심’ 이야기

by 아우리

현역 시절, 레이더에 중국 군용기 편대가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를 허가 없이 넘나드는 순간, 상황실 공기가 단번에 달라졌다. 즉시 대응 절차가 시작됐고, 나 역시 긴장된 눈으로 화면을 주시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늘 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중국은 허락받지 않고 들어올까. 혹시 아직도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일상 속의 ‘중심’이라는 말

사실 ‘중심’이라는 말은 일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집값은 늘 “강남이 기준”이라 하고, 회사는 “본사가 중심”으로 움직인다. 학교에서는 “전교회장”이 모든 걸 대표한다. 어느 사회든 중심을 자처하는 존재가 있고, 나머지는 주변이 된다.

역사를 보아도 동아시아 각국은 저마다 자신만의 ‘중심’을 꿈꾸어 왔다.


중국: 우리가 세계의 표준이다

중국이 스스로를 중심이라 여긴 뿌리는 천하관이다. 하늘이 왕조에 권위를 부여한다는 ‘천명(天命)’, 황제를 하늘의 아들이라 부르는 ‘천자(天子)’, 그리고 중국은 문명이고 주변은 오랑캐라 구분한 ‘화이질서(華夷秩序)’가 그 근거였다.

주목할 점은 원나라·청나라 같은 이민족 왕조조차도 자신들을 “중화의 정통 계승자”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에도 이 의식이 남아 있다.


고구려: 우리도 하늘의 후손이다

고구려는 중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주몽 신화에서 자신들을 ‘해의 아들’이라 했고, 광개토대왕비에는 왕을 천제의 아들로 표현한 구절이 남아 있다. 중국의 천자와 대등한 존재라고 당당히 선언한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우리도 하늘이 내린 나라다”라는 외침이 여기에 담겨 있다.


조선: 동쪽 나라로서 예의를 지키자

조선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동국(東國)’이라 칭하며 명·청 왕조의 정통성을 인정했다. 정치와 외교, 학문 전반에 중국 중심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실용적인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아쉬움도 남겼다. 고구려가 독자적 중심을 세운 것과 달리, 조선은 중국 중심 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제약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우리는 신의 나라다

일본은 또 다른 길을 걸었다. 7세기, 수나라 황제에게 보낸 국서에서 “해 뜨는 곳의 천자가 해 지는 곳의 천자에게”라고 쓰며 중국과 대등함을 선언했다. 이후 일본은 스스로를 ‘신국(神國)’이라 부르며 천황의 신성을 강화했고, 근대에는 서양·중국과 함께 세계의 3대 축을 이루려 했다.


각자의 중심, 다른 선택

동아시아의 각국은 저마다 다른 ‘중심’을 내세웠다. 중국은 문명의 표준을 자처했고, 고구려는 하늘이 내린 나라임을 강조했다. 조선은 질서를 지키는 동방 예의의 나라로 자리매김했고, 일본은 신들의 나라를 내세웠다.


결론: 그래서 누가 중심인가

동아시아는 결코 중국만의 단일 중심 세계가 아니었다. 각국이 자신만의 세계관과 중심성을 세운 다원적 공간이었다.

그 옛날 상황실에서 가졌던 의문에 이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의 행동은 여전히 그들만의 중심 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역시 우리만의 중심을 세울 권리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중심인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중심은 권력이 아니라 시선의 문제다. 우리가 어떤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중심은 달라진다.



<한눈에 보기: 동아시아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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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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