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멀리즘의 시작
최근에 유튜브에서 '하나뿐인 지구 - 물건 다이어트'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다.
사사키 후미오라는 일본의 미니멀리스트는 몇 평 되지 않는 원룸에 필요 최저한의 물건만 구비한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진 모든 물건을 방바닥에 나열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건이 적어서 불편하지 않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오히려 공간이 비어있는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삶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다고 한다.
그가 지은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초반부에는 다큐에는 나오지 않았던, 그가 맥시멀리스트였던 시절의 방 안 사진이 게재되어 있는데 정말 발 디딜 틈 하나 없어 보였다. 그는 그 당시를 회고하면서, 물건을 사면 살수록 욕심은 커져만 갔고 정작 갖고 있는 물건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게 돼 지금처럼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 감사하며 사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면 속 그의 삶을 한 차례 감상하고 난 후 앉아있던 책상에서 일어나 방 안을 둘러보았다. 책장에는 앞부분 몇 페이지만 읽다만 책들이 한가득 꽂혀있었고, 해가 여러 번 바뀌어도 옷장 내에서 위치만 이동하는 옷들이 즐비했다. 쓰지도 않는 용도불명의 전선들이 서랍에서 삭아가고 있었다.
물건을 끝까지 사용한 적이 얼마나 될까. 잉크가 다 닳을 때까지 볼펜을 쓰거나, 노트의 마지막 장까지 필기를 한 적이 있던가. 그동안 물건을 사거나 모으면서 '필요'라는 기준을 너무 남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치 후 입을 헹굴 때 정말 필요한 양의 물보다 그대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많았고,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리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들이 태반이었다.
당장 눈에 들어온, 어릴 때 구매해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된 코트 두 벌과 취향과 착용감이 별로였던 니트류 네 벌을 집 앞 헌 옷 수거함에 넣어버렸다. 몇 년이 지나도록 건들지도 않았고, 들고 내려가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지만 버린 직후 느낀 것은 아까움보다 후련함이었다.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을 때 옷장에는 조금 여유가 생겼고 빽빽하던 이전과 달리 옷 하나를 꺼낼 때 여러 벌이 같이 달려오는 불상사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안성재 셰프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느낌이었다. 요리의 마지막에서 하나를 덜어냈을 때 오히려 완성도가 더 올라간다는. 덜어내고 비우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채우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 물건을 버리고 나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없는 것에 대한 욕망보다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삶을 지향점으로 삼게 되었다. 뭔가 더 부족하지 않은지 전전긍긍하기보다 한 스푼 덜어내려고 한다. 이미 간은 충분하다. 싱겁게 먹는 게 건강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