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까

- 미니멀리즘의 진정한 의미

by 차슈

언젠가 한 번 샤워기가 달린 수도관에서 누수가 일어나 집 화장실 바닥이 계속 축축하게 젖어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수리기사가 오기 전까지 수도를 잠가놓은 채 물을 받아놓고 이틀 정도 바가지의 도움을 받으며 샤워나 설거지, 양치 등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적어도 한 번은 더 수도를 틀고 물을 받을 정도로 물이 부족하게 되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는데 오히려 하루는 더 쓸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들통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기사님은 30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수리를 끝내고 떠났지만 나는 한동안 화장실 구석에 놓인 들통을 쳐다보며 서있었다.


그날 이후 양치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내 양치스타일은 이랬다. 한 80퍼센트 정도 양치가 완료될 쯤에 물을 틀어놓고 왼손을 갖다 대면서 오른손은 계속 양치를 이어간다. 한 1분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입안을 네다섯 번 헹군다. 얼굴이나 칫솔에 치약이 남은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수도꼭지를 잠근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다. 양치컵에 물을 받고 칫솔질을 한 뒤 입안을 헹군다. 물을 살짝 남겨서 마무리 용도로 사용한다. 이전보다 찝찝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 필요한 만큼 물을 사용했다는 만족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한국수자원공사 OECD 국가 수도요금 현황(2024 글로벌수자원산업 통계 기준)에 따르면 1톤의 물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796원이라고 한다. 1톤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돼서 2리터 페트로 생각해 보니 500개나 된다. 보통 마트에서 2리터(6개들이) 물을 팔고 있고 한 달 기준 3묶음(2리터 x18개)이 필요하다고 치면 1톤의 물을 음용하는데 27개월이 넘게 걸린다. 그만큼의 양을 가정에서 수도로 사용할 때 저렇게 저렴하다는 데에 감사를 느낀다.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보면 성공을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럴 때 댓글창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공감대가 아닌 반감대(?)를 공유하고 있다. '제발 감사하게 해 줘', '감사할 일이... 없어요... 그냥... 없네요...' '억지감사를 했더니 감사팀에서 감사가 들어오더군요' 등 아무 말대잔치에 웃음이 나면서도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미니멀리즘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자신 또한 그럼으로써 치유받게 되는 것. 유튜브 영상 속 사람도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감사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사람들이 그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지 우리 모두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 주변에, 혹은 자신 안에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히 옆에 있어서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단수로 물을 아껴 써야 할 때, 정전으로 빛과 에너지를 잃어버렸을 때, 집을 떠나 열악한 숙소에서 출장업무를 볼 때, 한동안 가족 곁을 떠나 혼자 지내야 할 때 등등.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과 정말로 필요한 것에 대한 인식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범위에서 대상에게 더 집중하는 것. 감사하는 삶의 시작이자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시발점이다.

작가의 이전글덜어낼수록 채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