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

- 해우소(解憂所) ② 아직도 나는 나를 잘 모른다

by 차슈

해가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느껴졌던 것 같다. 언젠가 나이가 지긋해졌을 때 내 곁엔 누가 있을까. 지금과 달리 가족들이 다 떠나고 홀로 남는다고 생각하니 우울감이 밀려왔다. 사람들의 마지막을 가끔씩 마주할 때마다 나에게 적용하며 되새기게 되는데, 매우 고통스럽기도 하고 결국 마지막은 홀로라는 생각에 허무해지기도 한다. 나는 어떤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 걸까. 나는 왜 미래를 걱정하는 데에 오늘을 낭비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생각이 많아진다.


이런 생각을 거듭하는 중에 연애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무진장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편인데도 웬일인지 냉큼 소개를 받겠다고 답장을 했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교제까지 이어졌지만 그 기간은 한 달을 채 넘지 못했다. 애초에 연애세포가 없던 건지, 오랜만의 연애라 세포들이 다 죽어버린 건지, 연애 자체가 나와 안 맞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오늘에 집중 못하고 나중에 매몰된 탓일까.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상대방과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은 3가지이다.

1) 끊임없이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

2) 인간관계를 유지할 때 나를 희생하는 경향이 있다.

3) 연애는 나와 맞지 않는다.


1)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편인데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성공보다 실패를 염두에 두고, 완벽주의를 추구하기에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피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예민한 성격 때문에 상황파악은 빠르지만 비약이 심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곤 한다.


2) 타인과 자신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나를 쉽게 포기한다. 결국에는 그 선택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힘들게 하는 데도 남에게 착한 사람을 연기하려 한다. 당장은 그 상황을 무마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여유가 없어져 상대방을 원망하게 되니 애초에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연애가 대표적인 예다. 상대방이 배려차 묻는 질문에서도 나를 최대한 죽이고 상대방의 편의에만 집중하며 대답한다.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그렇게 받아들이고 오해는 쌓여간다. 다소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해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게 나중을 위해 좋은 것 같다. 그래야 서로 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해도 좋을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경험과 말하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과의 소통은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들춰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나 같이 내향적이고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면 잘못된 사고관이 자리 잡기 전에 타인의 의견을 종종 들어봐야 한다. 물론 성격상 지치는 건 당연하겠지만 타인과의 대화는 정신건강에도 좋다. 지금 혼자 사는 게 편하다는 이유로 연인이나 가족도 만들지 않고 홀로 살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요즘 들어서야 사람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누군가와 계속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인 경우와 누구 하나라도 곁에 있는 경우가 있다면 무조건 후자를 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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