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인 채로 있어도 돼

- 흔들려도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by 차슈

이제는 추위가 거의 걷혀간 새벽 출근길.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을 텐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수도 있겠는데?''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실감되는 동시에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출근길 도보 거리 20분 내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감정에 솔직하게 산 적이 있었나?


눈치가 빠르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 쓰고 가면을 몇 겹이나 쓴 채 나는 보이지도 않는 마음 한구석으로 침잠해가고 있었다.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게 사람들과의 갈등이 적은 편이었기에, 의견 표현조차 잘 못하는 요령 없는 성격이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죽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 퇴근 후에 샤워를 할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머리부터 물을 맞고 있을 때 든 생각은,


'나한테 없는 건 누군가에게 내 맨몸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남의 나체를 누가 보고 싶어 하겠냐마는 그럴 수 있냐 없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타인과 맞지 않는 의견임을 알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자신에게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태도에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지금'이 제일 어리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 몸만 웃자란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다.


지난 연휴에 해맑게 웃던 조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에 언행에 거침이 없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사회화가 된다는 것은 그런 성정을 죽여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실체 없는 다수의 평가를 두려워할 뿐이다.


지레짐작하며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억누른다.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들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평가가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오뚝이처럼 굳세게 살리라.


흔들릴지언정 나를 숨기고 살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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