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의 미니멀리즘
근 6일간 오른쪽 아래 어금니에서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처음엔 차가운 물이 닿을 때 살짝 시린 정도였는데 이제는 음식물의 온도나 형태 여하를 막론하고 스치는 즉시 턱과 얼굴 전체로 신경통이 퍼져나간다. 처음 경험하는 고통에 매끼 즐거움으로 다가오던 식사시간이 정말 하기 싫은 숙제처럼 느껴졌다. 손가락 끝에 상처 하나만 생겨도 계속 신경이 쓰이듯이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어제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어 불안하던 와중에 내 모든 생각은 하나로 수렴하게 되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몸만 건강해도 소원이 없겠다고.
아플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평소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건강하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지 아프지 않으면 모른다. 가벼운 찰과상부터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병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아프고 나서야 아프지 않음에 감사해진다. 건강하다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업무 피로, 매 끼 섭취하는 식사의 질과 양, 평균 수면시간, 운동을 통한 체력 단련, 정신적인 스트레스 관리 등 많은 요소가 결합한 후에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고통이라는 결핍은 이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문제는 고통 그 자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어그러질 때이다. 자녀가 아플 때 부모님들이 으레 당신들이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지만 고통은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다. 아픔은 수치화할 수 없고 본인만이 느끼는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는 한없이 높아질 수 있다. 계속 아프면 어떡하지, 왜 남들은 내 속도 모르고 저렇게 웃고 있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원래 오늘 운동하는 날인데 그냥 하지 말자. 치아가 아픈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떠오른 생각들이고 행동은 점점 게을러졌다. 생각의 초점이 '아프지만 않으면'에 맞춰지게 되다 보니 고통을 모든 나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생각을 잠깐 멈추고 나에게 가하는 학대를 멈추기로 했다. 신체적 통증과 그 고통으로 인해 내가 떠올리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구분하여 후자는 외면하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분상 왠지 더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고 무너진 일상으로 인해 신체의 다른 부위도 탈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통은 분명 자기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필요 이상의 양이 되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치아 주변이 욱신거려 계속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적어도 악화시키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낫겠지라며 희망을 가져본다.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살을 빼도록 권하는 것은 수술공간 및 혈액공급 안정성 확보 등을 통해 본 수술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라 한다. 전반적인 컨디션 관리가 환부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처럼 아픈 곳에만 집중하기보다 평소처럼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이 느껴질 때마다 의욕이 떨어지는 건 불가항력이지만 통증의 신호를 잘 활용한다면 이전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구가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 모두 건강한 새해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