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요구당하는 공감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1편

by 인유


“왜 대답이 없으시죠?”


짧은 질문이었지만,
내 마음에는 무거운 돌덩이처럼 꽂혔습니다.


겉으론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말은 한 치 흔들림 없이 나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나는 겨우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그 지인 하고만 주고받으신 건가요?”


잠깐의 정적.
곧 돌아온 대답은 너무도 무심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가볍게 던진 말이,
오히려 더 깊은 어둠으로 나를 끌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


“저도 그냥 받은 거예요. 그게 뭐가 잘못됐나요? 다들 돌려보던데요.”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마음도 일었습니다.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이건 단순한 사담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문제예요.”


나는 늘 믿어왔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속삭임만으로도 상처는 덜어질 수 있다고.


그런데 지금,
P 씨와의 대화는 그 믿음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고통 앞에서 이렇게 무심해지는 걸까.
공유라는 이름으로 왜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내는 걸까.’


가슴 한편이 무겁게 저려 왔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P 씨는 잠시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짧은 웃음과 함께 비아냥이 튀어나왔습니다.


“풋… 역시 선생님 같은 소리네요. 인간의 존엄성이라니….”


비웃음은 차갑게 흩날렸지만,
뜻밖에도 목소리가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말은, 전혀 다른 결이었습니다.


“근데… 선생님, 혹시 생각해 보셨어요?
제가 왜 그렇게까지 사진에 집착했는지.”


잠시 멈춘 뒤, 그녀가 고백했습니다.


“… 저도 당했어요.
내 사진이, 내 허락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퍼져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죠.
그게 얼마나 모욕적인지, 아세요?”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건 조롱이 아니었습니다.
울분과 분노가 숨길 수 없이 배어 있었고,
그 떨림은 날 선 화살처럼 내 마음을 찔렀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 싸움은 누구도 이길 수 없고,
남는 건 상처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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