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1편
P 씨가 사진의 출처를 말하는 순간,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대화에서, 아니—
‘P 씨와의 대화’라는 어두운 무덤 속에서
기어 나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묶여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한 치 틈도 없이,
천천히, 정확하게,
피할 수 없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버티다 못해,
한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만…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러나 그녀는 못 들은 척, 말을 이어갔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제가 발이 좀 넓잖아요?
그 학생이 사는 아파트에 제 지인도 살아요.
그날도— 밖에서 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었더니,
딱 그 장면이 보였다는 거예요.”
그건 대화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더 가까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걸
은근히 과시하는 말투였습니다.
부드러운 말 끝에
자만과 우월감이 얇게 묻어 있었습니다.
그게 견딜 수 없을 만큼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형상이 스쳤습니다.
고개를 치켜든 뱀.
싸늘한 눈빛과 느릿한 혀끝.
시간마저 비웃는 듯 올라간 입꼬리.
그녀는 지금,
누군가의 죽음을 자신의 인맥과 정보망 속에 담아두고,
그걸 흥미로운 소식처럼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투와 표정으로—
한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P 씨의 말이 화면 위에서 번져갈 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서서히 식어갔습니다.
하지만 진짜 두려운 건—
그녀의 마음이 이미 돌처럼 굳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파편이 날아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사진을 보여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부모라면… 알아둬야 하니까요. 그래서 공유한 거예요.”
‘공유.’
‘부모라면.’
그 단어들이 낯선 금속성 울림으로 퍼졌습니다.
그건 조심스러운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명분 삼아,
그걸 ‘의무’처럼 나누는 태도였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조용히, 그녀와 나 사이의 감정선을 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다시 파고들었습니다.
“또… 선생님처럼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저한테…?”
“네?”
“왜 대답이 없으시죠? 지금, 듣고 계신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