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공유의 무게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1편

by 인유

P 씨가 사진의 출처를 말하는 순간,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대화에서, 아니—

‘P 씨와의 대화’라는 어두운 무덤 속에서

기어 나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묶여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한 치 틈도 없이,

천천히, 정확하게,

피할 수 없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버티다 못해,

한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만…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러나 그녀는 못 들은 척, 말을 이어갔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제가 발이 좀 넓잖아요?

그 학생이 사는 아파트에 제 지인도 살아요.

그날도— 밖에서 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었더니,

딱 그 장면이 보였다는 거예요.”


그건 대화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더 가까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걸

은근히 과시하는 말투였습니다.


부드러운 말 끝에

자만과 우월감이 얇게 묻어 있었습니다.


그게 견딜 수 없을 만큼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형상이 스쳤습니다.

고개를 치켜든 뱀.

싸늘한 눈빛과 느릿한 혀끝.

시간마저 비웃는 듯 올라간 입꼬리.


그녀는 지금,

누군가의 죽음을 자신의 인맥과 정보망 속에 담아두고,

그걸 흥미로운 소식처럼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투와 표정으로—

한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P 씨의 말이 화면 위에서 번져갈 때,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서서히 식어갔습니다.


하지만 진짜 두려운 건—

그녀의 마음이 이미 돌처럼 굳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파편이 날아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사진을 보여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부모라면… 알아둬야 하니까요. 그래서 공유한 거예요.”


‘공유.’

‘부모라면.’


그 단어들이 낯선 금속성 울림으로 퍼졌습니다.


그건 조심스러운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명분 삼아,

그걸 ‘의무’처럼 나누는 태도였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조용히, 그녀와 나 사이의 감정선을 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다시 파고들었습니다.


“또… 선생님처럼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저한테…?”

“네?”

“왜 대답이 없으시죠? 지금, 듣고 계신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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