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진짜… 죄송한데요. 그냥 지워주세요.”
되돌리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으로, 보내기 전으로.
시간을 움켜쥐어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죠.
하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걸요.
곧 진동이 울렸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듯이요.
“후후… 창피하세요? 괜찮아요, 다들 그래요.
결혼하면 여자들은 속옷에 덜 신경 쓰죠.
위아래 따로, 대충 맞춰 입고요. ㅋㅋ
그래서 남자들이 바깥을 보는 걸지도 모르죠.
아, 실례. 제가 속옷 디자이너라… 직업병 같은 말이에요.”
숨이 멎었습니다.
농담처럼 흘러갔지만, 묘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대답하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더 세게 움켜쥐었습니다.
꾸미는 데보다는 버티는 데 익숙해진 나날들.
그의 무심한 말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습니다.
농담 속에서만 드러나는, 나만 아는 결핍이 불현듯 떠오른 듯했으니까요.
그의 웃음은 가볍게 스쳤지만,
저만 홀로 들킨 듯한 수치가 조용히 번져왔습니다.
곧 또 다른 알림이 방 안을 찢었습니다.
“혹시 다른 색상은 없나요? 오래된 것도 괜찮습니다.
여러 장 모이면 사례를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손가락이 떨렸습니다.
저는 숨을 깊게 들이켰습니다.
“… 아니요. 저는 사례를 바라고 보낸 게 아니에요.
그저 가장이라 힘들다고 하셔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보낸 거예요.”
제가 적은 글귀였지만,
읽을수록 낯설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손가락을 빌려 억지로 적은 듯했죠.
나조차 믿지 못할 변명이 되돌아와 가슴을 서서히 찔렀습니다.
나는 왜 이런 말을 쓰고 있는 걸까.
내가 믿지도 않는 이유를 왜 상대에게 건네고 있는 걸까.
혹시, 이미 내가 원하는 건 변명이 아니라
그의 승인을 구하는 일은 아닐까.
잠깐의 정적.
곧 다시 진동이 번졌습니다.
짧은 울림이 공기를 흔들며 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요.
사실… 처음 보내주신 사진이 의외였어요.
오래돼서 그런지, 다른 데서는 얻을 수 없는 느낌이 있더군요.
조심스럽지만… 혹시 조금만 더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 착용 사진은 아닙니다.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저는 디자이너일 뿐이에요. 자료로 참고하려는 겁니다.”
겉으론 정중했습니다.
하지만 한 줄 한 줄이 조용히 팔목에 감기는 끈 같았습니다.
읽을수록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죠.
‘자료로만 본다…’
그 말이 오히려 더 낯설었습니다.
굳이 덧붙일 필요 없는 해명이,
오히려 더 깊은 불신을 남겼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미 그의 울타리 안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았습니다.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땀은 손가락 사이로 스며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마치 거절조차 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인 듯,
스스로를 묶어두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