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나는 오래도록 화면을 바라보다가,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 속옷 사진이라니.”
낯선 남자의 제안.
짧은 단어들이 목덜미를 스치며 스며들었습니다.
며칠 전 거래에서 만났던 그 여자의 그림자가,
다른 얼굴을 쓰고 다시 다가온 듯했지요.
안쪽에서 신호가 울렸습니다.
‘거절해야 한다. 이건 아니다.’
그런데도 ‘착용 사진은 아니다.’,
‘디자인 참고용일 뿐’이라는 그의 글은
틈을 파고드는 송곳처럼 방어막을 흔들었습니다.
나는 서랍을 열었습니다.
빛바래고 해진 속옷들.
버려야 할 물건인데, 잡은 손이 괜히 떨렸습니다.
“저는 속옷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낡은 것밖에 없네요.”
답장을 보내는 순간, 상대보다 먼저 나 자신을 속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알림이 튀어 올랐습니다.
숨 고를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속도였습니다.
“오히려 더 좋습니다. 제가 찾는 건 클래식한 느낌이에요.
색상은 어떤가요? 와이어가 있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번 디자인이 실패하면 자리조차 잃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 생각하시고… 꼭 좀 도와주세요.”
절박한 호소.
그러나 내 안쪽에서는 여전히 경계가 울렸습니다.
‘안 돼. 뭔가 잘못됐다.’
그런데도 어느새 손은 카메라를 쥐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은 변명을 내뱉었습니다.
‘남편이라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
낡은 것 몇 장쯤… 어차피 버릴 건데.
누군가에겐 그냥 자료일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달래듯 셔터를 눌렀습니다.
바랜 천 조각들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머뭇거리다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잠시 후, ‘전송되었습니다’라는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귓불이 달아올랐습니다.
옷깃을 따라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빈손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남은 듯했습니다.
곧 화면이 번쩍였습니다.
웃는 이모티콘 하나.
그리고—
“정말… 오래된 속옷이네요. 크큭.”
하찮게만 보였던 천 조각들이
그의 손에 닿는 순간,
흉터 같은 흔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목이 막혔습니다.
조롱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그 한 줄이
가슴 밑바닥까지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꼼짝도 못 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내어준 건 낡은 사진이 아니라,
결코 지워지지 않을 자국이었다는 걸.
사진첩을 열었습니다.
방금 찍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남아 있었습니다.
삭제 버튼 위에 커서를 올렸지만,
끝내 누르지 못했습니다.
없앤다고 해도,
그의 손에서 사라질 리 없었습니다.
결국 남은 건,
대답 없는 화면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