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집착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by 인유

거래는 끝났지만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습관처럼 휴대전화 화면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녀의 닉네임, 덧붙여진 가격표, 사진 속 낯익은 물건.
그것들은 내 안의 무언가를 하나씩 떼어내
차갑게 다른 곳에 진열해 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이미 판 이상 제가 말할 자격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저는 당신 사정이 어렵다 해서 내어놓은 건데…
양심도 없이 이렇게 다시 내놓다니요.”


나는 결국 문자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생애 첫 중고 거래가 이렇게 불쾌한 기시감으로 얼룩지는 게 싫었습니다.


잠시 후, 화면에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양심이요? 제가 양심이 없었다고요?
전 처음부터 솔직했잖아요.
그걸 믿고 물건을 팔았고, 돈도 받으셨죠.
거기까지가 거래 아닌가요.
그 이후에 이 물건을 어떻게 쓰든, 그건 제 자유 아닌가요?”


그 답장을 보는 순간, 얼굴이 굳었습니다.


맞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몰랐던 건 결국 나였습니다.
사람을 믿고 싶어 했던 마음,
그게 가장 먼저 거래된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녀와 양심을 두고 거래한 적은 없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그 감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글귀들은 반박할 틈조차 남기지 않았습니다.
마치 오래된 흉터를 억지로 긁어내는 듯, 내 안을 후벼 팠습니다.


그 후로도 한동안, 귓가에는 그날의 웃음소리가 겹쳐 울려왔습니다.

생애 첫 중고 거래가 끝나고 난 며칠 동안,
휴대전화 알림이 울릴 때마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했습니다.
끝났다고 믿었던 거래가, 여전히 그림자처럼 곁을 따라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번호에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 속옷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중고 거래 인연으로 연락드리게 되었네요.”


화면에는 명함 사진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름, 회사명, 연락처까지 또렷한 활자.
그러나 그 과잉된 정직함이 오히려 더 불안했습니다.
마치 ‘나는 결백하다’라고 외치는 위조 서류 같았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제게 연락하신 거죠?”


속옷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그는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시즌에 새로운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사실 남자인 제가 여성 속옷을 디자인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혹시 갖고 계신 속옷 사진 몇 장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냥 부탁드리는 건 아니고,
한 장당 정식으로 사례를 드리겠습니다. ^^”


그의 메시지 끝에 붙은 웃음 표시는
불안을 억지로 덮어둔 반창고처럼 보였습니다.


뜬금없고 낯선 요구에 나는 어리둥절했습니다.
휴대전화가 손 안에서 미끄러지는 듯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 틈을 노리기라도 한 듯, 알림음이 이어졌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착용 사진은 아닙니다.
단순히 디자인 참고용이에요.
자료는 철저히 보관하겠습니다.”


그 말투는 지나치게 매끄러웠습니다.
마치 내 불안을 미리 짚어내고
대비한 대사를 읊는 사람 같았습니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거래는 분명 끝났을 텐데,
며칠 전 미용기기 거래에서 마주쳤던 그녀의 웃음이
다른 얼굴을 빌려 다시 돌아온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웃음이 훨씬 더 집요하게 따라붙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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