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그녀는 흡족한 듯 물건을 챙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습니다.
남겨진 건 빈 쇼핑백과, 눅눅하게 가라앉은 공기뿐이었죠.
나는 한동안 굳은 채 손바닥을 들여다봤습니다.
내가 건넨 건 단순한 기계였는데,
남은 건 알 수 없는 빈 자국이었습니다.
‘가품.’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만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건 물건을 향한 말이면서, 동시에
내가 내놓은 마음과 살아온 방식까지 흔드는 소리 같았습니다.
진짜와 가짜는 어디서 갈리는 걸까.
값으로 흥정될 때일까,
아니면 웃음 뒤에서 드러날 때일까.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테이블 위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만 바라봤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거래 이야기를 털어놓자
동생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그런 사람 많아. 언니가 너무 순진해서 그래.
싸게 받아 더 얹어 팔고, 공짜로 받아 팔고… 다 그래.”
나는 무심히 중얼거렸습니다.
“… 그렇게 해서 명품을 살 수도 있는 거야?”
동생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마… 그렇겠지. 명품까지 사려면, 그건 거의 업자 수준일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낯선 기운이 흘렀습니다.
세상에는 순리를 거슬러 이득을 취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들이 있다는 것.
조금 전의 미소가
그 사실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나는 멈춰 선 채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조금 전 거래했던 내 물건이 그대로 다시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것도 내가 판 값에 이십만 원을 더 얹은 가격으로.
사진 속 기계는 틀림없이 내 것이었습니다.
사용 흔적, 붙여 두었던 작은 스티커 자국까지 그대로였으니까요.
나는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판매자도 닉네임도 달랐지만
그건 분명 조금 전까지 내 손에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눈뜨고 코 베어 간다는 속담이
이토록 생생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헛웃음이 흘렀지만, 곧 입술 끝에서 굳어졌습니다.
그 숫자는 내 순진함에 붙은 값 표 같았습니다.
나는 결국 글쓰기를 눌렀습니다.
“저기, 이 물건 어디서 구매하신 건가요?
분명, 이건 제가 조금 전 팔았던 건데요.”
타자 치는 손이 떨렸습니다.
내가 남긴 그 한 줄이
과연 항의였는지,
아니면 어리석음을 고백하는 변명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알림이 울렸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아… 웃기시네요. 세상에 똑같은 물건 많아요.
그게 왜 본인 거라고 확신하세요?”
짧고 건조한 답.
마치 미리 준비된 대본처럼 매끄러웠습니다.
나는 다시 무언가 쓰려했지만
손이 허공에서 갈피를 잃었습니다.
무슨 말을 더해도, 이 싸움엔 내 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줄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진짜와 가짜는…
결국 쓰는 사람이 정하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잊으세요.”
그 말은 화면을 통해 들어왔지만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 낯설게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천천히 내려놓았습니다.
빈손의 감각이 다시 번져 왔습니다.
이번엔 더 깊고, 더 차갑게.
그리고—
그 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