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잠시 가라앉는가 싶었는데,
다시 알림이 울렸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처음 보내주신 사진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분위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작업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조금만 더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그 희소한 느낌을 꼭 담아두고 싶습니다.”
겉으론 찬사였습니다.
하지만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다.’
‘빛이 들어왔다.’
칭찬처럼 들렸지만,
결국은 발목을 묶는 족쇄 같았습니다.
불안과 죄책감이 계속 내 안에서 부딪치는 것 같았어요.
거절해야 한다는 신호가 뚜렷했지만,
동시에 ‘내가 특별한 무언가를 줬구나’ 하는 감각이 흔들렸습니다.
여린 끝자락이 저릿하게 떨렸습니다.
수치심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 말에 흔들리는 나 자신이 더 두려웠다는 게 맞을 겁니다.
정중하게 이어진 글귀들 속에
집요한 기척이 숨어 있었습니다.
내 안에서 두 목소리가 맞섰습니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해.’
‘아니야, 이미 늦었어. 첫 장을 보낸 순간 들어와 버린 거야.’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목덜미로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창밖을 스쳐 간 차 소리조차
멀리서 울려오는 알림처럼 겹쳐 들렸습니다.
심장은 좁은 틈에 갇힌 짐승처럼 거칠게 뛰었습니다.
누군가 서랍 깊은 곳을 허락도 없이 열고,
느릿하게 안을 뒤적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낯선 기척은 머릿속까지 번져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갈등을 읽기라도 한 듯,
더 부드럽게, 더 달콤하게,
그러나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속옷을 고른 주인은… 어떤 분일까요.
크기도 아담하시고, 적당한 곡선, 적당한 균형…
마치 남자들이 꿈속에서 그리는 이상을 고스란히 지니신 것 같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짓누르던 수치가
설명하기 어려운 떨림으로 바뀌고 있었죠.
낯설고 불안한 흥분이
억눌려 있던 심장 속에서 고개를 들었어요.
선을 넘은 건 아니었지만,
불쾌하게 다가오는 말 앞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더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빌미를 삼아 파고드는 말들과도
이제는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
나는 손끝을 꽉 쥐었다가 놓으며,
마침내 글자를 누르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런 거래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례는 필요 없으니, 이제… 그만 연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