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진열된 나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by 인유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 멈췄습니다.
문고리 위 작은 렌즈,
초인종 카메라가 오늘도 내 얼굴을 훑었습니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은 뒤, 거실 서랍을 열었다가 곧 닫았습니다.
비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먼저 가더군요.


습관은 참 끈질겼습니다.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를 내려놨습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시선은 거기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조금 전 메시지가 머릿속에서만 반짝였습니다.
답장을 쓰다 지우고, 또 쓰다 지우고…
결국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전원을 껐습니다.


방이 멎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건넨 상자의 무게는 여전히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벽시계를 바라봤습니다.
초침은 규칙적으로 움직였지만, 심장은 엉켜 뛰었습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엎어두고 눈을 감았습니다.
건널목에서 스쳐 지나가던 두 팔이 다시 겹쳐졌습니다.


한 번의 접촉.
한 번의 인계.


그 장면이 끊임없이 재생됐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거래는 끝난 게 아니라, 아직 내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걸요.


나는 늘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왔습니다.
중고 거래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이용만 당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무엇을 배우며 살아온 걸까.


뒤엉킨 생각 속에서 몸을 눕혔습니다.


그때, 익숙한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켰습니다.


새로운 물건 등록 알림.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거기엔—
조금 전 검은 봉지에 싸서 숨기듯 밀어 넣었던 나의 비밀이
고스란히 진열돼 있었습니다.


‘5년 착용한 속옷 팝니다.’


삐―.


경고음 같은 환청이 귓속을 쳤습니다.
휴대전화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퍼졌습니다.


“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나는 중얼거렸습니다.
도움을 준 대가라기엔, 돌아온 건 낯설고 냉랭한 조롱뿐이었습니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천 조각이
이제는 ‘상품’으로 진열돼 있었습니다.


짧은 문구 하나가 붙는 순간, 의미가 송두리째 바뀌어 있었습니다.


‘5년 착용한 속옷.’


그 말은 결국 나를 진열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읽는 순간, 주어는 ‘속옷’이 아니라 ‘나’가 돼버렸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날뛰었습니다.


‘신고해야 할까?’


수십 개의 물음이 한꺼번에 솟구쳤습니다.


그러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곧 클릭해 들어와 값을 흥정할지도 모른다는 상상.

가장자리의 떨림이 굳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나는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사는 자와 파는 자가 있으면 거래는 성립한다지만…
그 안에 양심까지 얹어 팔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러나 그 말을 붙잡고 있어도
화면 속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삭제되지도, 지워지지도 않은 채.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지금 진열대에 놓여 있는 건
낡은 천이 아니라, 지워지지 못한 ‘나’였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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