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끝나지 않은 울림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by 인유


편의점 문이 닫히자,
나는 수거함 뒤로 몸을 더 붙였습니다.


여자가 상자를 안은 채 골목으로 걸어갔습니다.
발뒤꿈치가 바닥을 찍을 때마다,
또각거림이 어둠을 갈라냈습니다.


나는 거리를 두고 뒤따랐습니다.
가로등 아래, 그녀가 멈춰 휴대전화를 확인했습니다.
빛에 드러난 얼굴.
며칠 전 내 앞에서 웃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신호등이 바뀌자, 그녀는 재빨리 길을 건넜습니다.
나는 한 박자 늦게 뒤따라 갔죠.


그 순간—
반대편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둘은 스쳤습니다.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여자의 팔에 있던 상자가
남자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짧은 접촉.
각도의 변화.
그리고 끝.


나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습니다.
여자는 휴대전화를 올려다보더니,
머리 끈을 고쳐 묶고는 다른 길로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내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물건 잘 받았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례는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메시지 시각은 조금 전.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글자로 고스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목이 바싹 말랐습니다.
나는 한참이나 화면을 붙든 채 짧게 답했죠.


“아니요. 사례는 필요 없습니다.
이제 거래는 끝났으니 연락하지 마세요.”


잠시의 정적.
끝났다고 믿고 싶었어요.


그러나 또 알림이 떴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도움.’


그 한 단어가 목에 걸렸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어요.


횡단보도.
가로등.
스쳐 가는 사람들.


모두 무심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사라졌습니다.
남자의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내 손에 남은 건 보관증 한 장.
얇은 종이는, 이상하게도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곧 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사진보다 훨씬 낡았네요. ㅋㅋ
그렇게 아껴 입지 마세요.
최소 6개월마다 새 걸로 바꾸셔야죠.”


숨이 막혔습니다.


그는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라는 말은 껍데기였다는 걸.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알림 하나가 더 떴습니다.


나는 화면을 닫았습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번졌습니다.


바람이 스쳤습니다.
오토바이가 곁을 가르고,
종이컵 하나가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흩뿌렸습니다.


모든 소리가 과장된 듯 크게 부풀려 들렸습니다.


나는 길가 벤치에 앉아 보관증을 접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작게 접힌 종이는 금세 주머니 속에서 모양을 잃었습니다.


‘이미 끝났다.’


나는 내게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꺼져 있는 휴대전화 화면에서도
주머니가 계속 울리는 듯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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