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혼자서는 더 버틸 수 없었습니다.
휴대전화를 꺼도 마음속 불빛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동생을 불렀습니다.
나보다 먼저 거래를 경험한 동생이라면,
이 무게를 조금은 나눠 들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요.
“언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갑자기…”
피곤한 눈빛으로 소파에 몸을 던진 동생.
저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한 번 내뱉으면, 더는 숨길 수 없을 걸 알았으니까요.
“… 중고 거래하다가, 좀 이상한 일을 겪었어.”
“이상한 일…?”
동생의 눈매가 순간 예리해졌습니다.
저는 편의점에 맡겼던 상자,
그걸 안고 사라진 여자,
남자의 손으로 건네지던 순간,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들까지 천천히 풀어놓았습니다.
말이 이어질수록 입술이 바짝 말랐습니다.
물컵을 연거푸 비워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니…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어.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다.”
동생의 목소리는 단호하다기보다, 애틋한 걱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도 내 안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근데, 그냥 끝낼 수가 없어.”
“무슨 말이야?”
“내 속옷이… 이미 거래에 올라가 있어.”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동생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감싸 쥔 채 깊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떻게 언니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알아. 머리로는 아는데…”
말은 자꾸 중간에서 끊겼습니다.
“내가 보낸 물건이 지금은 ‘상품’이 돼 있잖아.
그 순간… 내가 팔린 것 같았어.”
방 안의 공기가 묵직하게 늘어졌습니다.
동생은 제 손등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언니, 이건 혼자 버틸 일이 아니야.
나한테 얘기하길 잘했어. 같이 해결하자.
두렵겠지만… 우리 둘이라면 괜찮아질 거야.”
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여전히 매여 있었습니다.
정말 신고하면 끝이 날까?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까?
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무음으로 해놨는데도 진동은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동생의 시선이 주머니로 향했습니다.
“언니… 또 온 거야?”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눈은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에 고정돼 있었습니다.
분명 내 그림자인데, 낯선 무언가가 그 안에서 꿈틀거렸습니다.
화면을 켜자, 한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뻔뻔.”
짧은 낱말 하나.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내가 던졌던 말을 되받으며, 그는 분명 웃고 있겠지요.
켜지 않아도, 그 웃음은 귀속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그렇게 비웃고 있을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손쉬운 먹잇감이 돼 있었으니까요.
내가 휴대전화만 노려보자, 동생이 손을 뻗었습니다.
순식간에 전화기를 낚아채더니 바로 글자를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선의로 내민 호의를 이렇게 악용하십니까?
당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얼마나 악질적인지 아십니까?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세요?”
막을 틈도 없이 전송되었습니다.
곧이어 울린 짧은 진동.
그리고 화면에 뜬 한 줄.
그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숨을 삼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