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먹잇감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by 인유

휴대기기를 움켜쥔 동생이,

화면을 확인하기 전 제 얼굴을 살폈습니다.

눈매는 가늘어지고, 손목 힘줄이 도드라졌습니다.

“언니, 이건 형사 처벌까지 갈 수 있는 일이야.

이런 사람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해.”


속이 서서히 조여왔습니다.

나는 속으로만 되뇌었습니다.


‘지금 맞서야 할까?

아니면 조금 더 버텨야 할까?

혹시 일이 커지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잠깐만… 조금 더 지켜보면 안 될까?

괜히 건드렸다가 더 복잡해지면… 그게 옳은 걸까?”


동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마엔 깊은 주름이 드리웠고, 입술은 단단히 닫혀 있었습니다.


“언니가 이렇게 머뭇거리니까,

저 사람이 더 대담해지는 거야.”


말이 끝나자, 탁자 위의 기계가 떨렸습니다.

울림이 팔을 타고 어깨까지 번졌습니다.

숨은 얕고 막혔습니다.

진동이 들릴 때마다,

나는 안쪽으로 더 깊이 잠겨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동생이 내 얼굴을 흘끗 보더니 화면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침묵 끝, 휴대전화를 제 쪽으로 기울였죠.


“문제 하나 내볼게요.

차를 몰고 가다 길을 잃었습니다.

앞에서 할머니가 쓰러져 있네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동생을 보았습니다.

동생도 나를 응시했지만,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대답은 공중에 흩어졌습니다.

짧은 정적 뒤, 다시 글귀가 밀려왔습니다.


“119나 112에 전화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도망가야 하죠.”


숨이 막혔습니다.

읽는 게 아니라, 삼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이어갔습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동생의 눈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피하고 싶었지만, 시선은 붙박이처럼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바로 미끼에 걸리는 거거든요.”


말은 덫이었습니다.

발을 내딛자마자 발목을 움켜쥐는 덫.


“길 위의 미끼.

거래의 미끼.

다르지 않아요.

여기엔 양심도, 법도 없습니다.

오직 계산뿐이죠.”


등 뒤에서 낯선 기운이 스쳤습니다.

나는 의자 깊숙이 몸을 밀어 넣었습니다.

동생은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습니다.


“이건 스토킹이자 협박이에요.

우린 신고할 수 있고, 당신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짧은 정적.

곧 또 다른 글이 화면을 채웠습니다.


“하하하… 그러세요?

그런데… 이 전화기가 정말 제 것 같으세요?”


여린 결에서 열기가 빠져나갔습니다.

내 전화기를 쥐고 있었지만, 그 끝은 서늘하게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진짜 속옷 디자이너라고 믿으셨어요?”


가슴은 텅 비어 내려앉았습니다.

입술 끝에 매달려 있던 말들이 모래바람에 쓸리듯 흩어졌습니다.


그는 잔혹하게도, 그 자리에 또 다른 말을 쏟아냈어요.


“중고 거래는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어도 됩니다.

돈이란 건, 상상 못 할 것들까지 사고팔 수 있죠.

그리고… 당신이 내어준 그것도,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그 말이 지나간 뒤, 안쪽에서 금이 갔습니다.

나는 낙인이 찍힌 물건 같았습니다.

값이 매겨지고, 들여다보이며, 진열대에 놓인 채로.

숨은 거칠게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더 알려드리죠.

이 중고 거래에서,

당신 같은 사람은…

먹잇감이 되기 딱 좋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읽기도 전에 이미 파고들어,

몸 깊은 곳을 얼려버렸습니다.


나는 손을 떼지 못한 채,

귓속에서 뛰는 고동만 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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