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고백은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전화기 너머의 호흡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벽을 타고 번져,
방 안 공기를 가늘게 흔드는 줄기처럼 스며들었죠.
나는 말을 아꼈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진실인지, 변명인지,
아니면 모면을 위한 꾸며낸 말인지—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었습니다.
그 대답은 이제 내 혼자만의 짐이 아니었다는 것.
그 말의 파편이 내 어깨와 손목까지 내려앉아 있다는 것.
“… 살려고 했다.”
그녀의 짧은 한 마디였습니다.
그러나 오래 남았습니다.
고백 같기도, 방패 같기도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던진 한 줄이,
누군가를 향한 칼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똑똑히 보았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어디까지가 허락될까.
남의 사정을 흘리는 일.
남의 흔적에 값표를 붙여 거래하는 일.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진열하는 일까지도.
그 모든 게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나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짧은 바람이 스쳤습니다.
틈새로 스며드는 균열 같았죠.
한숨인지, 숨죽임인지 알 수 없는 기척이었습니다.
그 기척은 나와 그녀 사이의 틈을 더 넓혀놓았습니다.
나는 펜을 굴리다 멈췄습니다.
탁상 위에서 ‘툭’ 하고 멎은 소리가 방 안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낮게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그녀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끊어진 선 너머에 오래된 메아리 같은 신호음만 이어졌습니다.
나는 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시계 초침이 방 안을 크게 울렸습니다.
기계음일 뿐인데,
심장을 내려치는 망치처럼 깊게 떨어졌습니다.
손바닥엔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죠.
그녀의 말은 멈췄지만, 공기는 눅눅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흥정하는 사람.
그는 어디까지 피해자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고백을 지켜본 나는, 과연 무고한 청자일 수 있을까.
정답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남은 건 오래된 메아리 같은 고요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언제든 다른 입술에서, 다른 목소리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말은 때로 구원이 됩니다.
그러나 그날 나는 보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던진 한 줄이,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떠미는 장면을.
그건 더 이상 사정이 아니라—잔혹이었습니다.
대화는 끊겼습니다.
그러나 메아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파문처럼 내 안에서 겹겹이 번져가고 있었으니까요.
사담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말이 모이는 곳마다,
그 말을 남긴 이의 그림자가 함께 남습니다.
나는 오늘의 기록을 덮습니다.
그러나 사담은 여전히 이어집니다.
언제든 다른 목소리로, 다른 입술에서 다시 시작될 테니까요.
나는—사 담인입니다.
꺼진 화면 위, 희미한 잔광이 반짝였습니다.
마치 누군가 곧 손끝으로 스치고 지나갈 자리처럼.
그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또 다른 이야기는 이미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말은 번져가고,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의 기록은 닫히지만,
그 파문은 우리 모두의 안에서 오래도록 흔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