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그녀의 고백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2편

by 인유

전화기 너머의 호흡이 순간 흔들렸습니다.
그 호흡은 짧게 부서지는 파도 같았고,
순간 귓속을 스쳐 지나가더니 공기 속에 흩어졌죠.


틈새로 계산대 기계음이 흘러들었습니다.
삑―, 삑―, 건조한 소리가 파문처럼 퍼졌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기계의 소리인데도
그때는 기묘하게도 제 귓속에서 오래 울렸습니다.
그 울림 위로 곧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얹혔습니다.
가라앉는 돌처럼 방 안을 파고들었죠.


“…우린, 원래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짧은 한 줄이었지만, 방 안의 공기를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벽시계 초침이 달그락 멈춘 듯했고,
심장마저 반 박자 늦게 뛰었습니다.
말의 무게가, 제 폐를 안쪽에서 눌러
숨결이 잠시 갇힌 듯했죠.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무언가를 얹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직 귀만 기울였죠.
귓바퀴가 뜨겁게 달아오를 만큼,
목소리가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생활비가 막히니까…
처음엔 집안 물건을 내다 팔았어요.
눈에 보이는 값나는 건 모조리 꺼냈죠.
그런데 팔 게 다 떨어지고 나니, 다른 걸 해야 했습니다.
누가 부탁하면 대신 맡아주고, 전달하고,
그 대가로 돈을 챙기고.
그렇게라도 해야 하루가 굴러갔으니까요.”


말끝마다 삼켜지는 침 소리가 또렷했습니다.
그 소리는 투명한 자갈이 목구멍을 타고 굴러내리는 것 같았죠.
저는 펜을 굴리다 멈췄습니다.
탁상 위에서 멎은 펜심이,
고백의 무게를 대신 받는 듯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금속 끝이 제 손가락 안에서
서서히 굳어버린 듯했죠.


“처음엔 하찮은 것들이었어요.
버려진 상자, 남은 잡동사니…
‘어차피 버려질 거니까.’
그렇게 들여와 팔았죠.”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습니다.
비닐이 스치는 소리마저 흩날리는 변명처럼 들렸습니다.
말끝이 바스라질 듯 가벼웠고,
그 속에 가라앉은 무거움이 오히려 더 선명했습니다.


저는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은 입술 안쪽에 박힌 못 같았습니다.
쉽게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의 어깨를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았죠.


“…그런데 달라졌어요.
사람들 사정을 캐내는 게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누구는 어떤 약을 먹는다,
누구는 어디를 다녀왔다—
그런 얘기 하나하나가 곧 값으로 매겨졌습니다.”


숨소리마저 끊어진 듯,
얇은 얼음 같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귓속이 더 예민해졌고,
작은 바람결에도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곧 이어진 아주 낮은 속삭임.


“저도 알아요. 잘못됐다는 거.
근데… 멈추기가 어려웠어요.
남편은 점점 무력해지고, 아이는 학원비를 기다리고…
그때마다, 저도 모르게 또—.”


저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습니다.
눈꺼풀 안쪽이 묵직하게 젖어 있었고,
휴대전화 불빛이 이마 위로 희미하게 번졌습니다.
그 차가운 불빛이 방 안을 길게 긋고 지나갔죠.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임 같았습니다.


“…우린 그냥, 살아보려고 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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