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by 인유

나는 오늘도 네 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 자 한 자, 지문을 새기듯 손으로 눌러가며

너의 마음, 그 서늘한 결을 읽는 일.

그 사이에 남아 있을지 모를

내 잔흔을 더듬는 일.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여러 번

아무도 듣지 않는 목소리로

너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지나간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기억 속의 너는

웃고, 울며,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어

내게로 온다.


그런 너를 맞이하는 일은

내 가슴을

조용히 베어내는

해후.


나는 다시

내 글 앞에 무릎을 꿇고

흐릿해진 너의 잔상을

그려본다.


그리고 베어낸 자리,

흉터처럼 돋아난

너의 문장에 정박해

나는 오늘 하루만큼을

더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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