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는 낙원이라면
나는 굳이 그곳까지 가지 않겠습니다.
그대 곁의 메마른 자리에서
기꺼이 함께 허기지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빈 의자를 마주한 풍요는
끝내 내 것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스무 해쯤 지난 어느 오후에
우리는 말하지 못한 것들만
서로에게 남겨 둔 채
뒤늦게 고개를 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나는 이 자리에 머물고 있으니
부디, 한 번쯤은 그 침묵을 깨워 주세요.
우리 사이를 가르는 건
지도의 거리 같은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그림자만 밟고 서 있는
이 엇갈림 속에서
나는 자주 방향을 잃고 비틀거립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심장이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익숙해져 무뎌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일 조금씩 아픈 편이 낫겠습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가기를 반복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 쪽 바다를 보고 서 있습니다.
끝내 건네지 못한 말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나의 계절은 여전히
당신에게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