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 년쯤이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말했다지.
나는 그 말을
너에게 건네며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몇 해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이별에도 기한이 있다면
얼마쯤이면
서로를 덜 다치게 지울 수 있을까.
한 달은
손을 씻어도 남는 냄새처럼
하루 종일 너를 묻히고 다닐 것이고,
두 달은
희미해진 자국 위에
괜히 시선을 오래 두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시간일 것이다.
석 달쯤 지나서야
체념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보지만
그 말조차 아직은 낯설겠지.
육 개월이 흐르면
우리는
언제 웃었고
언제 다투었는지를
날짜 없이 떠올릴 수 있을 테고,
일 년이 지나면
그 모든 순간은
가슴 한쪽에 접혀 들어가
아프지 않은 기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기한은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남는 방식이라고.
그렇게 남아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영원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