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흔적을 본다는 건
가슴이 시린 일이라기보다 괜히 숨을 고르게 되는 일
아침과 저녁의 온도가
다르다는 걸 이제야 느끼는 일
남겨진 자취 앞에서
이미 끝났다는 말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외투를 벗을지 말지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서 있는 일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가
나를 붙잡는 게 아니라 내가 거기 서 있는 일
햇볕은 분명히 따뜻한데
그늘 쪽으로 발이 더 가는 일
잊었다고 말해온 시간들이
지금도 여기 앉아 말없이 나를 기다리는 일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바람이 지나가도 부르지 않는 일
너의 마음을 엿본다는 건
설레는 일이라기보다 단어 하나에 멈춰 서는 일
괜히 봄이라는 말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다음 문장으로 못 가는 일
너의 말 위에
너의 얼굴을 겹쳐 놓고
우리의 어제를 조용히 불러오는 일
벚꽃이 진 뒤에도
한동안 길을 그대로 걷는 일
그 시간들이 몰려올 때
눈물이 나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는 일
저녁이 조금 늦게 와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일
그게
너를 사랑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