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아요.

by 인유

아침이 조금 이르다 싶었는데도 전화를 걸었다. 명절이라고, 다들 분주할 시간에 나는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왜 갑자기 아프냐고 물었다. 나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앉아 있었고, 오래 생각했고, 오래 버텼다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그게 정확한 대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조금 지쳤다고, 몸이 먼저 알아챈 것 같다고만 말했다. 엄마는 제발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나이 든 엄마를 걱정해줘야 할 나인데, 오히려 걱정을 받고 있다. 웃음이 났다. 멋쩍고 미안해서, 그런데도 어쩐지 고마워서 나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며 떡값을 보냈단 짧은 문장 하나에 엄마는 꺄르르 웃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소녀 같아서, 나는 순간 시간이 어디쯤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아직도 세상을 조금은 곧게 믿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얼굴을 닮아 세상을 너무 쉽게 믿으려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흙탕물이 튀는 줄도 모르고 서 있다가, 뒤늦게 옷자락을 털어내며 아파하는지도.


어떤 친구가 말했다. 너는 순진해서 당하는 바보 같다고. 그 말을 들을 때는 웃어넘겼지만, 가끔은 그 말이 생각난다. 세상이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다정할 거라고 혼자 주문을 걸어두고 사는 건 아닐까. 그러다 예고 없이 거친 말 하나에 마음이 휘청거리는 건 아닐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믿고 싶다. 누군가의 웃음이 오래 남는 하루가 있고, 짧은 송금 문자 하나에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게 나를 다시 사람 쪽으로 돌아서게 한다.


부디 내 사람들아, 이제는 조금 덜 아프며 살았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마음을 세게 쓰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흙탕물보다 햇볕이 먼저 닿는 쪽으로, 조금씩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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