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서러움이 먼저 와 앉아 있는 봄이다.
겨우내 나는 몇 번이나 같은 길을 돌았을까.
집은 늘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나는 자꾸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걸었다.
계절은 모른 척 앞질러 가고, 나는 그 뒤에서 눈길만 따라 보냈다.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메워진다.
푸른 잎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돋아나고,
사람들은 “그땐 그랬지” 하고 웃는다.
시간은 제 몫을 다해 흘러갔는데, 나는 아직 그날의 모서리에 서 있다.
매화가 이미 다 피어 있었다.
흰 꽃잎 몇 장이 바람에 밀려 발등 위에 내려앉았다.
털어내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눈이 먼저 젖었다.
봄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나를 찾아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