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각도

by 인유


어떤 이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며

밧줄이나 하나 사야겠다고 웃는다.

그러면서도 내 몸은 괜찮냐 묻는다.

자기 몸보다 남의 안부를 먼저 묻는 사람의 농담은

어쩐지 오래 남는다.


어떤 이는 가진 것이 없다면서도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온다.

명절이라고, 그래도 빈손은 아니어야 한다며

어색하게 웃는다.

그 상자의 무게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을 것이다.


어떤 이는 로또 영수증을 펼쳐 보이며

오늘도 희망을 산다고 말한다.

종이 한 장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의 웃음도 가볍게 흔들린다.


어떤 이는 베트남어로 제 이름을 말하고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계속 웃기만 하다가

돌아서는 길 끝에서

또박또박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인사를 남긴다.


며칠의 곤함이

이런 장면들 앞에서 스르르 풀린다.


눈이 녹듯이.


괜히 가슴이 뜨거워 눈가가 젖어진다.


왜 이렇게 약해졌냐며

동료가 웃으며 물티슈를 건넨다.

나는 그 물티슈를 받아 들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긍정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끝없이 밝아지고

부정으로 바라보면 끝없이 어두워진다.


세상은

내가 들고 있는 렌즈만큼 보인다.

그리고 그 렌즈를 닦는 일은

결국 나의 몫 아닐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는 일,

어쩌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



명절 전날임에도 열심히 같이 일한 우리 직원들을 난 너무 사랑한다.



이전 21화너는 가장 좋아했던 거짓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