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봄
그렇게 기다리던 꽃들이 온몸으로 울어 피어대더니
이제 지는 꽃잎들은 길 위에 제 살을 들러붙이고
모든 길은 눅눅한 울음을 받아내느라 퉁퉁 불어 있었다.
안녕, 나의 봄.
할 말은 이제 혓바닥 아래 고인 비린 침처럼 쓸모없고
너의 자취만 자꾸 내 헐거워진 허기를 부추긴다.
너는 내 폐허에 발을 들여
내가 접어둔 문장들의 모서리만 은밀히 닳게 하고 간다.
나는 그 끈적한 흔적 앞에서 너를 기억한다.
내게 모진 말들을 오물처럼 쏟아내던 너를,
거짓으로 네 안녕한 자존심이나 세우려 내 등을 떠밀던 너를,
그 비릿한 뒷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차라리 제 혓바닥을 깨물어 먹고 싶었던 나를 나는 기억한다.
사랑의 외피를 쓰고
한때 다정했던 장면들만 골라 더듬는 너를 안다.
나를 팔아 감정을 전시하고
구걸하듯 제 탐욕을 채우는 너를 안다.
안녕, 나의 봄.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가득하던 때는 이제 없다.
마음 깊은 곳에 가구처럼 들여놓았던 추억들을
이제는 바닥에 던져 깨뜨리고 짓밟아
끝내 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너의 안녕을 연기하는 일에 나를 더하지 말고
너는 온전한 너에게로 돌아서는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 돋아나는 억센 초록처럼
너는 내게 가장 낯설고 아픈 숲이 되었다.
나는 네가 남긴 감각을 더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안녕, 나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