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봄이라는데
내 속은 아직 채비되지 못한 마음들이
실락(失樂)의 뻘밭 위에 제 몸을 뉘이고
미련의 단내가 진동하는 봄이다
아이처럼 조급한 내 계절은
남들 꽃잎 위에서 잔치를 벌일 때
한 뼘 먼저 여름의 장마를 예감하느라 바쁘고
머지않아 쏟아질 빗소리에
미리 몸을 적셔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아해야
안으로 굽어드는 슬픔이란 건 말이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제 풀에 꺾여 더 깊은 수렁으로 함몰되는 법이다
그러니
이제는 오늘치만큼의 네 계절을
깊은 숨결에 실어 먼 길 보내주어야 한다
발등 위에 끈덕지게 붙은 꽃잎은
바람의 몫으로 남겨두고
너는 그저 고이 눈을 감아
이 저녁의 어둠을 받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