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한국은행 세미나 (1)

by 최성환

한국은행 인근에 위치한 양대창 맛집 양미옥에는 늦은 저녁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정민은 단골 손님 같은 모습으로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 소맥을 제조하며 말했다.

“오늘 만나기로 한 기획협력국장은 내가 국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알고 지낸 선배님이셔. 믿을 만한 분이지. 아 저기 오신다. 한국은행에서는 저분 위로 총재, 부총재 정도뿐이 없을걸.”

유정민이 서태균 국장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총재님.”

서태균 국장은 “임마 총재는 무슨” 하며 자리에 앉았다.

예상보다 젊어 보이고, 말투가 부드러웠다. 그 둘도 오랜만에 만났는지 처음엔 근황 안부 위주로 이야기가 오갔다.

“지수 왜곡 문제라… 흥미롭군요.”

서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금융시장국에서도 그 얘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밖에서 이렇게 정리한 분은 처음입니다.”

나는 준비해온 요약본을 그에게 건넸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 산정 로직」, 「신규 상장기업 고평가가 지수에 미치는 충격」, 「미국, 일본과 다른 시가총액과 지수의 상관관계」

그는 페이퍼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이거 디지털화폐 시범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겠는데요?”

나는 잠시 당황했다.

“CBDC요?”

“그래요. 지금 한국은행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 시범 설계에 들어가 있는 단계입니다. 실시간 결제, 유통 흐름, 자산 분배까지 가능한 디지털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그걸 제대로 설계하려면, 결국 시장이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기준점이 필요해요. 그 기준이 뭘까요? 결국은 지수입니다. 시장 전체의 방향, 심리, 가격 반응─.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든, 디지털화폐 기반이든 모두가 지수를 기준으로 ‘시장의 상태’를 해석하거든요. 그런데 그 지수가 실제 자금 흐름을 왜곡해서 반영한다면, 우린 잘못된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게 되는 거예요.”

그는 잠시 자료를 넘기다 멈췄다.

“그래서 당신 자료가 흥미롭다는 겁니다. 그냥 주식시장 얘기가 아니라, 화폐 시스템 전체의 기준점을 건드리는 문제니까요.”

자리를 주선한 정민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서 제가 도진이를 꼭 만나보시라 한 거죠.”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근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났고, 서 국장은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 남 팀장. 아까 내가 나오면서 보니까 야근하는 것 같던데, 아직도 퇴근 못 했어? 여기서 만났네. 커피 사러 왔나? 여기는 금융시장국 남지호 팀장.”

그는 우리를 소개했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서 국장은 내가 준 요약 자료를 남 팀장에게 보여줬다.

남 팀장은 흥미를 느꼈는지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이 자료 이메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 날 아침, 나는 분석 보고서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공식적인 연락이 왔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에서 내부 세미나를 요청드립니다.”


세미나 당일,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기획협력국, 금융시장국, 지급결제국 직원들까지 섞여 있었다. 내가 만든 15페이지짜리 PPT 슬라이드가 그렇게 한국은행 세미나룸 스크린을 채웠다.

“안녕하세요. RM리서치 대표 최도진입니다. RM리서치는 우리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설립된 독립리서치 법인으로 그 어떤 외부압력 없이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저희는 제도권 리서치에서 커버하지 않는 중소형주라든지, 시장에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 등을 발굴해 고객들에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드릴 주가지수 산정 방식의 문제점은 단순히 계산 방식의 오류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왜곡된 구조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매일 KOSPI, KOSDAQ 지수를 통해 그 시장을 진단합니다. 지수는 투자자 심리의 기준이 되고, 심지어 정부 정책의 방향까지도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지수의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반영하고 있는지 질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의 KOSPI, KOSDAQ 지수는 시가총액 방식을 활용합니다. 도입 초기 나스닥의 시가총액 산정방식을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가총액 방식은 어렵지 않습니다. KOSPI 시장에 상장된 전체 시가총액의 증가분을 지수에 반영하면 되는 것입니다.”

스크린에는 시가총액 방식과 주가평균 방식의 지수 산정 체계에 관한 비교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화, 금 연재
이전 01화1장. 주가지수 5,000포인트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