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한국은행 세미나 (2)

by 최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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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 KOSPI 시장 전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65%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KOSPI 지수는 25% 상승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KOSDAQ 시장에 상장된 전체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138% 상승했지만, 지수는 2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미국의 NASDAQ은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335% 상승했고, 지수는 308% 상승했습니다. 일본의 TOPIX 또한 같은 기간 시가총액 92%, 지수는 98%가 올랐습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의 시가총액 증가분과 지수 상승률 간의 상관관계는 1에 가깝습니다. 이는 시가총액 증가분이 지수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수는 왜 이런 괴리가 발생했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KOSPI, KOSDAQ 지수의 산정 방식은 나스닥과 같게 설계되었지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들이 추가되면서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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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쪼개기 상장’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LG화학에서 물적분할로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하나의 기업가치가 두 번 평가받게 되는 더블 카운팅이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장이 특정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증시 전반에 이런 상장이 난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수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렸고, 주주의 권리도 침해받았습니다. 2022년 9월 금융위에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물적분할 후 5년이 지나야 상장이 가능하다는 규제안을 정책으로 내놓았지만 여전히 이런 물적분할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더블 카운팅 이슈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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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IPO 첫날 기준가격 결정 방법입니다. 한국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는 IPO 첫날 공모가격의 400%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공모가 대비 4배가 오른다고 해서 ‘따따블’이라고 합니다. 기존에는 ‘따상’이었습니다. 공모가 대비 200%가 올라서 시작할 수 있고, 여기에 당일 상한가를 가면 260%가 되어 그렇게 불렀던 것이지요. 이런 제도들로 따상, 따따블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져, 공모시장은 장기간 호황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공모주 펀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모가가 매번 수요 예측 시 희망가격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었고, 이는 공모가격 고평가 논란을 초래했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 첫날 급등한 가격의 ‘종가’가 주가지수에 편입되는 기준가격이 된다는 점입니다. IPO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상장 당일 급등했다가 다시 공모가 부근으로 회귀하는 추세를 나타냅니다. 기존 따상에서 따따블로 기준가격 결정제도가 바뀐 2023년 하반기 IPO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당일 평균 93.44% 상승했습니다. 따라서 주가지수에는 상장 공모가의 2배가 된 기업가치로 편입되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과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주가지수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일입니다. 주식시장에 좋은 기업들을 상장시켜 시장을 활성화해야 되는데, 기업들이 상장될수록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상장 첫날 정규시장 시작 시간이 아닌 최대한 많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균형가격’이 형성되었을 때 거래를 시작하고, 이와 동시에 지수에 편입해 우리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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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기술특례 상장 남발 문제입니다. 원래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력 중심의 성장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자는 의도로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기존에는 재무제표상 매출액과 이익 요건을 충족해야 상장이 가능했지만, 기술특례는 기술평가 우수 판정을 받은 기업이 적자 상태이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자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도입 초기만 해도 해당 제도는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 기술집약형 유망 기업을 자본시장으로 연결하는 순기능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양상이 바뀝니다.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특례 상장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2015~2019년까지 5년간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72개사, 이 중 바이오 기업이 74%에 달했습니다. 해당 기업들 가운데 2021년까지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 기업은 15%에 불과하고, 2014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알테오젠이 2024년 첫 흑자전환을 기록했습니다. 알테오젠은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현재 시가총액 280조 원에 달합니다.


이러다 보니 코스닥은 2024년 말 기준 PER 114배를 기록해 상대적인 고평가 상태에 놓여있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기술특례 상장의 일종인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가 2025년 2월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기술특례 상장으로 한국 시장에 입성한 해외 바이오 기업 소마젠, 네오이뮨텍 같은 기업들은 모두 공모가 대비 십 분의 일로 하락한 상태입니다.

2024년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밸류업’이라며 저PBR 기업에 대한 재평가를 촉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는 PBR이라는 단순한 항목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구조에서 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장은 실적 없는 기술특례 기업들이 지수를 왜곡하고, 공모가 대비 4배나 되는 시가총액으로 지수에 편입되고, 쪼개기 상장으로 동일 가치가 두 번 지수에 반영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점점 한국 시장의 ‘숫자’ 자체를 믿지 않게 되었고, 2024년 8월부터 9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 치웠습니다.

지수란 시장의 거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거울이 비틀리고, 더블로 반사되고, 과장된 조명까지 받고 있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시장이 아니라, ‘조작된 상(像)’일 수 있습니다.”

도진은 스크린을 향해 돌아서 마지막 슬라이드를 넘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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