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연쇄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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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새카맣다. 분명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고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곳이 저승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은 두려웠던 죽음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맞이할 줄 몰랐다. 죽어도 평온했다. 오히려 그 세상이 더 고요한 편이었다. 고요를 오랫동안 애타게 찾아왔으나 막상 주변이 텅 빈 막연한 고요는 고독했다. 아직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는데. 짧은 사이 만난 따뜻한 할머니, 언포러 크루, 오두막 할아버지, 방기욱과 민우에게도 어떤 감사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쯤 검은 안개가 자욱한 내 세상에 갑작스러운 빛이 투과했다.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뜬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낯선 환경은 이제 익숙했다. 그래서 어느 풍경이 나타나도 동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지금 내가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당장 손으로 입을 가렸을 것이었다. 내가 과거로 시간을 뛰어넘었다면 오히려 그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현대에 어디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 추호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빨리 움직여!
그곳은 온통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노예들뿐이었다. 뾰족한 몸을 하고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그 광경에 넋을 놓고 코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입을 열기까지 그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떨떠름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받았다.
-얘만 있으면 된다고 그랬는데, 나머진 뭐야?
남자가 들고 있던 사진 속 인물과 비교하더니 민우를 가리켰다. 수화기 너머로 사정을 간곡히 설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에 덮고 있던 민우와 기욱이의 검은 두건도 사정없이 벗겨졌다. 그들도 오래간만에 쬐는 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아니 아마도 이 내면의 고요함은 그동안 다져온 나의 나날들의 집합체일 것이다. 이건 죽음을 향한 저항이자, 체념에 대한 불복일 것이다. 난 그것들을 신뢰하고 두려움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향한 무지는 어쩌면 가꿔져야 할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까다롭고 난해한 그 감정을 지금의 내가 느끼고 있었다.
-인원 늘어난 거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돌려. 여자는 따로 데려간다.
남자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기울인 상태로 방기욱을 응시 했다. 방기욱은 그 남자의 얼굴을 지지 않고 똑바로 쳐다봤다. 남자는 얼굴의 어떤 주름도 움직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이 새끼는 교육이 좀 필요하겠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네, 하고 대답했다. 스치듯 보이는 남자아이의 손에는 멍이 가득했다. 남자아이는 맞지 않게 큰 옷을 입어서 바닥에 바지가 질질 끌렸다.
-일어나.
남자는 내 팔을 묶은 밧줄을 풀고 고개를 까딱했다. 난 풀리려는 다리를 간신히 붙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남자의 말을 따라 순순히 걸어갔다. 그때 뒤에서 기욱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기욱이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짐하건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은 나를 낯선 내부로 데려갔다. 음침하고 습한, 그리고 오묘한 향 내음이 나는 곳이었다. 물건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이 꽤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시계가 정갈하게 나열된 장식장, 유선으로 연결된 전화기와 컴퓨터, 손님을 대접할 테이블과 의자. 나는 바로 그 의자 옆에 섰다. 하지만 이내 옷부터 갈아입으라며 나를 어떤 옆방으로 밀어냈다. 나는 내 손에 들린 옷을 펼쳐보았다. 죄수복과 다름없는 옷이었다. 위아래로 새하얗고 축 쳐진 모양새였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간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만신창이의 내 옷차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토록 엉망이 될 만큼 필사적이었구나, 내가. 다리에도 상처가 가득했다. 가벼운 타박상부터 깊게 남은 상처자국들이 팔까지 퍼져 있었다. 나는 그 상처들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먼지가 가득한 치마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그때 오른쪽 주머니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며 이물감이 느껴졌다. 난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그것을 꺼내어보았다.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려서 제 형태를 잃은 종이 쪼가리 한 장이 있었다. 그 종이의 정체는 ‘송연수 형사’의 명함이었다. 언포러 크루와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던 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이 종이를 받을만한 순간을 기억해 내었다. 한 여자 형사가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았고 그녀의 손이 떠나간 자리에 지금 내가 쥐고 있던 이 송연수 형사의 명함과 일치하는 어떤 감각이 스쳐 지나갔음을 떠올렸다. 폭풍우가 오기 전의 묘한 기시감이 엄습해 오듯 이 작은 종이 하나에서 시작될 작은 파동이 내 팔에 오돌토돌 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나는 바로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커다란 공장 앞에 서서 삐걱대는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 너머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매웠고 공중에는 뿌연 먼지가 사람들과 공생하고 있었다. 새카맣고 초점 없이 텅 빈 눈알들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그러나 그들은 금세 눈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들이 주는 위압감에 나는 한껏 짓눌렸다. 그 위압감은 중력에 의해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전달돼서 하마터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걸어 들어갈 뻔했다.
-오늘 들어온 신입이다! 일 똑바로 가르치도록!
공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네, 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남자는 숨을 깊게 내쉬더니 문을 닫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 남자가 나가자마자 잠시간 느껴졌던 위압감이 나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귀 근처를 맴돌았다. 귀에만 모든 감각이 모여드는 것 같았다.
-웬일이야. 오랜만에 신입이 들어오네.
-그러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전부 내 옆에서 속삭이듯이 잘 들리다가 또 한없이 멀어져서 한 더미의 소음 덩어리처럼 윙윙 귓바퀴 근처에 떠다녔다. 그때 묵직한 목소리 하나가 귀에 툭 들어와 박혔다.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
분명 텅 비었는데 꽉 찬 것만 같은 동공을 가진 여자가 입을 열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켰다. 여자는 한 마디의 말과 함께 눈짓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빈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언제 나를 보고 있었냐는 듯 고개도 들지 않고 빼빼 마른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있었다.
난 일단 내 앞에 있는 하얀 가루 봉투를 뜯었다. 공중에 가루들이 흩날렸다. 한쪽 눈에 안대를 끼고 있는 여자가 곁눈질로 나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
-조심해라. 하마터면 뽕 간다.
난 손가락을 힘껏 눌러 봉투를 하나로 붙잡았다. 옆으로 비죽비죽 튀어나오는 가루들에 기침이 절로 나왔다. 몇 번 더 앞뒤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팔이 아파왔다.
-일단 마스크부터 써!
나를 바라보던 몸집이 작은 여자가 손을 흔들어 마스크 하나를 건넸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앞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흘겨보았다. 나를 바라보던 두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이름이 뭐야?
안대를 낀 여자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내 이름을 알려주는 행위에 어느 순간 피곤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쭉 어차피 죽을 사람의 이름을 세상 사람이 좀 안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이름을 말할 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름을 나눈 사람이 어느새 마음속에 와서 박히고 굳고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어도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내가 남아있지 않을까 봐서, 그 사람과 내가 다시 서로의 이름을 잊고 그저 그랬던 시간으로 서로의 순간이 기억되는 것이 싫어서, 또 그게 무뎌질까 봐.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누군가에게 나를 알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박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그 상대를 잃으면 상대의 이름이 남아 있던 한편이 텅 비어서 시릴 테니까.
나를 바라보던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말했다.
-짓궂다! 그러다가 진짜 이름 말해주겠어!
안대를 쓴 여자가 호탕하고 웃다가 입을 가렸다. 그리고 내게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나는 눈알사탕.
키가 작고 왜소한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다가 안대 쓴 여자가 입을 열자 그제야 다급하게 자기를 시츄라고 소개했다. 난해한 그들의 이름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름답지 않은 이름이었다. 내 반응을 지켜보던 두 여자가 갑자기 동시에 빵 터졌다. 우하하, 큰 소리를 내며 웃다가 이내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입을 가렸다. 시츄를 닮은 여자가 두 블록 건너편에서 어깨에 짐을 지고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남주!
그녀가 가리킨 여자는 처음 내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 무시무시한 중압감을 느끼게 한 당사자였다.
-그리고 쟤는 솜사탕… 라면땅…
-여기서는 진짜 이름을 쓰지 않아. 본명을 밝혔다가 괜한 협박이라던가 신상이 털릴 수도 있거든.
눈알사탕이 이름인 여자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협박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쉿, 여기서 하는 말들은 절대 새어 나가선 안 돼, 알았지?
무게를 잡던 눈알사탕이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여기서 자기 이름을 막 고래고래 지르다가 간부 새끼들한테 걸려서 그 일가족을 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미쳐버린 여자가 있거든.
속삭이는 말을 훔쳐 듣던 시츄가 어깨를 톡톡 치더니 이어서 말을 했다.
-그뿐이야? 자기 임신했다고 병원 가야 한다고 난리 치던 년은 뒤지게 두드려 맞고 유산하기도 했다고!
-지금 그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눈알사탕과 시츄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몰라,라고 말했다.
-듣기로는 미쳐버린 여자가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죽여버렸다고 하더래. 그리고 유산한 여자는 아이를 잃은 상심이 커서 자살했다던데?
나는 잠시 이 우매한 소문을 누가 퍼트린 것일지 추측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얘기들은 밀폐된 작은 사회 안에서 퍼진 가짜 소문이라는 것을. 누가 왜 이 소문을 퍼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퍼트린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이 겁을 먹길 바라고 소문을 퍼트린 거야, 속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시츄가 남주라고 소개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섬세하게 저울에 하얀 가루의 무게를 재고 있었다.
-그래서 네 이름은 무엇으로 할래?
난 고민에 잠겼다.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설주림이라는 이름을 지겹도록 들은 시간들만 가득할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게 어울릴 새로운 이름을 떠올릴 수 없었다. 순간 눈알사탕과 시츄의 유래가 궁금해서 유래를 물었다.
-난 딱 보면 알지 않나?
눈알사탕은 자신의 안대를 톡톡 가리켰다.
-어릴 때 눈이 사납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모은 돈을 쓸어다가 눈 수술하는데 다 썼거든? 근데 시발, 하필이면 내 수술에서 의료사고가 난 거야. 그때부터 쭉 나는 눈이 하나야. 한쪽으로만 세상을 바라봐.
눈알사탕의 왼쪽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떠졌다. 눈알사탕은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왼 눈이 감길 때 그 잠시간은 세상을 볼 수 없다. 그 몇 백만의 일 초가 눈알사탕에겐 없다. 그렇게 하루가 모이고 이틀이 모이고, 일주일이 모여서 눈알사탕은 몇 시간을 세상을 못 보는지 잠시 가늠했다. 눈알사탕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사탕처럼 달콤한 세상을 보여주는 눈알을 갖고 싶은 이유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르겠다.
-그 미친 의사가 의료사고에 대한 대가로 돈을 주면서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하더라.
-언니!! 그래서, 그래서?
-시츄, 너는 이 얘기를 몇 번을 들었는데 질리지도 않냐? … 아무튼 그래서 난 취하했지. 그 새끼가 꼴에 의사라고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거든. 근데 난, 개뿔도 없잖아. 모은 돈을 깡그리 그 의사도 아닌 개새끼한테 갖다 바쳤는데 나한텐 더 남은 돈이 없었어.
-그 새끼가 얼마를 준다고 했길래 그런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언니!! 그 정도면 언니가 바보인 거 아니야?
-또또 까분다. …삼천. 삼 천만 원 준다더라. 수술비도 따로 환불해 주고.
삼천. 그 숫자를 듣자마자 시츄는 입을 틀어막고 그 상태로 멈췄다. 작게 헉, 하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 언니, 삼 천이 면 참길 삼천만큼 잘했다. 눈 수술 그거 고작 해봤자 이 백 정도 돼? 언니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 정도면 언니를 이해할 거 같아.
시츄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알사탕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는 그런 시츄를 보면서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웃음이었다고 해도 될지 모를 만큼 아주 경미한 피부 경련이었다.
대화를 할수록 이들은 평범하고 또 평범했다. 어쩌면 조금 안타까울 정도로 순수하고 또 푸릇푸릇했다. 나보다도 어린 시츄를 보면 마음이 더욱 좋지 않았다. 시츄는 키가 아주 작은 편이었다. 백오십을 가까스로 넘은 키처럼 보였다. 그런데 몸집도 왜소하고 빼빼 말라서 더 작게 느껴졌다. 눈알사탕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시무시하고 덩치도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이 많고 마음도 여렸다.
나는 시츄와 눈알사탕에게 일을 배웠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얀 가루들을 정량만큼 덜어내고, 그것을 다시 밀봉하고, 레일 위에 올려 두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반복 작업이었다. 그것들을 20개쯤 만들고 적응되어 갈 때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간부들이 ‘오늘 업무 종료!’라고 크게 외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빠른 속도로 자기 자리를 정리하고, 일렬로 나란히 줄을 만들어 섰다. 나는 눈알사탕과 시츄와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 우리는 마치 교도소가 떠오르는 공간으로 향했다. 나는 10번 방에 배치되었다. 복도가 있고 양옆으로 늘어진 공간들 중 내가 들어간 방은 들어온 철문과 가장 먼 방이었다. 숙소에 들어오니 탁자 위에 주먹밥이 있었다. 그것이 저녁밥이었다. 하나씩 나눠 갖고 보니 하나가 부족했다. 아마 내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이겠지. 눈알사탕과 시츄가 어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 괜찮아요. 편하게 드세요.
시츄와 눈알사탕은 눈을 접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남주가 내게 다가와 자신의 주먹밥의 절반을 떼어 내게 주었다. 나는 괜찮다고 사양했다.
-여긴 아침밥 제공 안 돼.
남주는 내 손에 주먹밥의 절반을 쥐어 주고 남은 반을 먹으며 앉을자리를 찾아다녔다. 나는 내 손에 남은 주먹밥을 바라보았다. 소금으로 조금 간이 된 밥을 뭉쳐 놓은 모양이었다. 나는 절반으로 뜯어진 주먹밥을 조금 베어 물었다. 그리고 딱딱한 밥알을 힘껏 씹고 씹었다. 또다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밥을 꼭꼭 씹어먹고, 한 방에 하나씩 제공되는 밥그릇 정도의 크기에 담긴 뽀얀 국물을 한 숟갈 마셔 목을 축였다. 그것이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 숟갈을 더 뜨려는 찰나 남주가 내 손을 쳤다.
-앞으로 국물은 거들떠도 보지 마.
나는 당황해서 남주를 올려다보았다. 남주는 실핏줄이 터질 것 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