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아동연쇄납치사건

by 문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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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싸움은 몸집으로 하는 게 아니야. 요령으로 하는 거지.


쓰러진 남황민이 방 한 가운데 웅크리고 있었다. 몸이 얼마나 큰지 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털었다. 남황민과의 싸움은 삽시간에 끝이 났다. 나는 바닥에 내려앉은 저 팔이 내게 어떻게 날아왔는지를 되짚어 보았다. 그것이 묵직하게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올 때 난 몸을 숙이고 남황민의 소중한 부분을 쳤다. 내 오금이 다 저렸다. 나는 기분 나쁜 감촉에 손을 털고 옷가지에 쓸어냈다. 문득 폭력 자체가 목적이 아닌 싸움을 근래에 자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곳에서 유민우는 또라이, 나는 미친놈이 되었다. 아무리 맞아도 웃기만 하는 또라이와 앞뒤 안 가리고 이기는 미친놈.


나는 정신이 돌아온 남황민을 세워두고 이곳에 대해 상세히 캐물었다. 이곳이 어디며, 누가 있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모든 나의 물음에 남황민이 대답해줄만큼 그가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모른다고 억울하게 호소할 뿐이었다. 몇 번 더 주먹을 들이밀었더니 그래도 꽤나 흥미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유통하고 있는 것이 마약이라는 것과 이곳에 끌려온 사람들은 마약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마약쟁이가 아니더라도 마약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면 일단 약점을 잡고 그들을 이곳에 끌어들인 후, 마약에 중독되도록 하여 이곳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다가 허, 하고 실소를 흘렸다. 나와 설주림, 그리고 유민우는 그 어떠한 곳에도 해당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 이곳에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더욱이나 알 수가 없었다.


정선규는, 아니 그러니까. 약쟁이는 항상 밤만 되면 어딘가로 향했다. 남황민에게 그가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약쟁이가 뭐 하러 가겠어?’라고 되물을 뿐이었다. 양민혁은 거대한 음모가 가득한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 만큼은 가장 잘 알았다. 남황민과 정선규가 왜, 어쩌다가 이곳에 왔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모두 기억하고 있냐며 놀란 것은 나도 유민우도 아니고, 남황민과 정선규였다. 남황민은 ‘사회생활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라며 안경을 고쳐 쓸 뿐이었다.


남황민은 이곳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육안으로도 보이지만 근육이 가득한 몸이었다. 그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마약이 든 단백질쉐이크를 홍보하고, 판매하라는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리고 신고하고 돌아오는 길에 잡혀왔다고 했다. 양민혁은 마약을 비싼 돈을 주고 샀고, 그 덕에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 있던 남자들이 이 사실을 부모님과 학교에 전부 말하겠다고 협박했고, 그는 이미 마약에 너무 중독된 나머지 밖에 있는 것보다 통제된 곳에 본인을 스스로 가두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는 기숙학원에 와 있다고 거짓말 쳤다고 한다. 정선규는 양민혁이 말하길, 늘 말이 바뀐다고 했다. 그래서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지만, 이것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클럽에 가고 싶어서 클럽을 좋아한다는 남자 동기들 사이에 껴서 처음 클럽에 들어왔다가 그곳에서 마약을 투여받았다.


-정선규 씨가 하시는 말씀들 중에 의외로 신뢰가 갈만한 말들만 모아서 짜깁기하면 이렇게 완성되죠.


-넌 진짜 미쳤구나? 어떻게 그걸 그렇게, 어? 막, 섞을 생각을 했대?


정선규가 문으로 들어오며 ET처럼 자기 엄지손가락을 서로 마주 닿게 하고자 노력했다.


-오늘은 빨리 왔네, 우리 약쟁이.


남황민이 익숙하게 들어오는 정선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여자들은 어딨어?


남황민은 내 말을 듣고는 씨익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소름 돋아 다급하게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니들이랑 동족 아니고, 같은 생각도 안 하고, 한 번도 우리의 목적이 겹친 적은 없어. 똑똑히 기억해. 난 그런 이유로 묻는 거 아니니까.


-누가 뭐래? 여자들은 우리 바로 아래에 있어.


남황민은 큭큭 웃으며 말했다. 나는 뭐? 하고 무슨 뜻인지 똑바로 말하라며 다그쳤다.


-지금 여기가 3층이고, 여자들은 이 건물 2층에 있다는 거지. 가끔 서로 생필품 같은 거 교환하기도 해. 바로 아랫방이랑.


-어떻게?


남황민이 양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가더니 길쭉하게 늘어진 천을 하나 가져왔다. 창문을 열고 창살 같은 것을 살살 흔들어 빼내더니 그 밖으로 천을 던졌다. 그리고는 그것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방기욱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기가 방 중에서 가장 마지막 방이지?


-네, 그렇죠? 보통은 들어온 순서대로 같은 방을 쓰게 되니까요.


-그럼 이 아래도 가장 마지막 방이겠네?


-그렇겠죠? …근데 그건 왜요?


방기욱은 아래로 내렸던 천을 잡아 올려 갑자기 자기 몸에 단단히 고정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내려.


-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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