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아동연쇄납치사건

by 문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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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주먹밥이나 쳐 먹어.


-그러니까, 내가 왜.


난 남주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남주는 한숨을 쉬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상황에서 눈치 보던 시츄가 남주를 말렸다.


-에, 에이. 왜 그래. 진정하구, 응?


-그, 그래! 앞으로 함께 할 식군데 벌써 못되게 굴면 쓰나!


눈알사탕도 내 앞에서 남주를 멀리 떨어뜨려 놓으며 말했다.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주먹밥을 먹다 말고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호오. 신입은 가까이서 보니 꽤 미인이구만? 남자들 깨나 울렸을 스타일인데? 원래 이렇게 좀 순진하게 생긴 애들이 은근 철벽도 많이 치고 그러는 거거든. 여우같이.


-아서라. 걔가 하는 행동 딱 보니까 누구 꼬시고 그럴 성격 못 되더라. 여우는 개뿔.


눈알사탕이 남주을 달래다가 뒤를 돌아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손에 남은 나머지 주먹밥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안개같이 뿌연 국물을 째려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아니여. 딱 보니까 그려. 손도 그렇구!


안경을 쓴 여자는 어느새 내 손을 쥐고 돋보기로 유심히 보고 있었다. 내가 손을 움찔거리자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아차, 하고 자세를 바로 앉더니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영재! 천재지.


영재는 그렇게 말하며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만든 브이를 자신의 턱에 가져다 댔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덤이었다. 눈알사탕과 시츄가 그 모습을 보며 배가 찢어지도록 웃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참으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고 반사작용처럼 웃었다.


-아, 나는 저 인사말만 들으면 그렇게 웃기더라. 내 취향이야.


-나도. 큭큭큭.


-아가야, 저 녀석이 원래 좀 괴짜야. 자기가 천잰 줄 알아.


-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한대요? 나는 진짜 천잰디. 내가 예언 하나 해줄까?


눈알사탕은 또 저런다, 하면서 눈을 새초롬하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곧 잘 될 거니까 걱정 마라.


-쟤는 예언을 애정운, 연애운 이런 쪽으로 밖에 못 본다냐? 하긴, 여기 처음 온 날도 그랬지. 쟤가 대학 떨어지고 재수하던 중이었거든.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술자리에 불러서 설레발치고 나갔다가 망신은, 개망신…


-악, 언니 쫌!!!!!!


영재는 눈알사탕에게 달려가 입을 막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얘가 그때 처음으로 이 두꺼운 뿔테 안경도 벗… 읍!!


시츄는 그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깔깔 웃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다들 이곳에는 어떻게 오게 되신 거예요?


내 한 마디에 조용해지고 분위기가 다시 차분해졌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눈알사탕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 신입이 들어오면 또 진실게임 한바탕 해줄 때지? 누가 먼저 할래?


그만큼 적막이 오래 지속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괜한 말을 꺼낸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굳이 말해주시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시츄가 먼저 할게! 여기 들어온 지는 음, 더울 때 왔는데 지금은 추우니까 6개월 정도?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인싸 무리에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클럽에 갔다가 나만 너무 어린애 같다고 입구 컷 당했지 뭐야? 그래서 앞에서 친구들 기다리다가, 헷. 나쁜 사람들한테 잘못 걸렸어!


-나는 아까 이미 다 깐 거 같은데. 뭐, 더 얘기하자면, 의료사고로 눈이 멀고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드니까 폭식증이 도졌고, 도박장에 살게 됐는데 거기서 뭐 그렇게 된 거지.


그들의 이야기가 저리 가벼이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님에도 웃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것을 보며 나는 어떤 표정도,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었다. 그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내 위로가 필요하긴 할까? 그저 빨리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남주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눈길을 알아차린 눈알사탕이 아, 하고 입을 열었다.


-남주는 자기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모두의 눈이 이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글쎄요. 저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영재와 눈알사탕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영재가 말했다.


-그래,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너무 뭐가 많았으니 얼마나 피로할겨. 오늘은 이만 푹 쉬는 게 낫겠어.


-그래, 그래. 이제 곧 취침시간이니까 얼른 잘 준비나 마저들 하라고.


눈알사탕은 그렇게 말하며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눈알사탕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다. 눈알사탕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다가 바깥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다. 한 남자갸 문을 열고 그녀는 나가기 위해 신발을 신었다.


-저도 갈게요.


남자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턱을 까딱이며 신발에 눈짓을 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었다. 눈알사탕은 우물쭈물거리며 한숨을 한 번 쉬었다. 나와 그녀는 남자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정말 꼭 와야겠냐.


나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엄청나게 큰 공간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 지하실이었다. 그곳은 온갖 도박판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녁마다 열리는 도박장이야.


나는 눈알사탕에게 이곳에 얼마나 자주 오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주춤하더니 매일 저녁, 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래도 여기는 내가 꽉 잡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그러니까 언제든 시작하고 싶을 땐 나한테 말해. 알았지? 그럼 나는 이만 간다. 응? 뭐 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조언 구하고!


그녀는 다급하게 내게 말을 하면서 다른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인사하고, 또 그녀를 부르는 것 같은 손짓들도 보였다. 눈알사탕은 재빠르게 말을 끝내고 그곳으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다. 판돈을 따서 신난 사람들의 포효와 돈을 잃어 좌절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 소리들이 한 데 섞여서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나는 그저 그곳을 두리번거리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속 서성일뿐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명함, 경찰, 연락. 그래, 첫날 갔던 딱 필요한 것들만 놓인 그 장소에 분명 전화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곳을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알 턱이 없었다. 그럴싸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고, 머리를 미친 듯이 쥐어 잡아도, 그곳의 어느 누구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으며 애당초 나를 바라보는 따가운 듯 서늘한 시선을 느낄 수도 없었다. 그곳은 철저하게 자신과 돈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눈알사탕과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눈알사탕은 눕자마자 기절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우리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나도 눈을 감고 막 잠에 들려는 순간 창밖에서 들리는 무슨 소리에 눈을 뜨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밖에는 방기욱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공중에 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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